아름다운숲 이야기
숲이 지켜준 삶. 사람이 지키는 숲, 진도 관매도 해송숲 주소복사

'섬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척박한 공간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존하는 일이란매일 해야 하는 숙제와 같다. 그렇게 척박한 관매도에는섬사람들의 삶을 지켜 주던 숲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해변 솔숲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아픈 기억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곳이다. 팽목항에서부터 24㎞ 떨어진, 약 한 시간 반 거리다.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올렸다. 관매도는 진도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물이 빠지면 이웃하고 있는 각흘도, 항도, 방에섬 같은 작은 섬과도 연결된다.


관매도 역사는 1700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비 조씨가 귀양길을 가다가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이름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섬에서 매화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관매도에서는 사라진 듯하다. 섬 이름에는 매화가 보이는데 정작 매화는 없다. 그 대신 이제는 곰솔이 관매도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최근 배낭에 장비를 넣어 캠핑을 떠나는 백패킹이 유행하면서 마니아 사이에 관매도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관매도에 관한 관심은 이 작은 섬을 백패킹 성지로 등극시켰다. 섬으로 떠나는 백패킹은 1박 2일 정도 머물다 떠나는 게 보통이지만 관매도를 찾아온 사람은 2박을 하고 가는 경우도 왕왕 벌어진다. 그만큼 매력적인 섬이다. 백패킹 마니아를 사로잡는 섬의 장점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역시 소나무숲이다. 유연한 몸짓으로 하늘 향해 뻗은 곰솔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 9000㎡(약 3만 평)에 달한다. 국내의 해안가 솔숲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그 드넓은 소나무숲의 나무 사이 적당한 공간마다 덱이 놓여 있다. 캠퍼들은 그 위에 작은 텐트를 쳐서 하루 혹은 이틀씩 몸을 의탁한다. 캠핑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이 숲을 잊지 못해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고, 또다시 새로운 캠퍼가 끊임없이 이 섬을 찾아온다. 이런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가지

기다란 관매해수욕장 뒤편이 관매도의 명물 소나무숲이다. 병풍처럼 늘어섰다. 멀리서 보면 해변으로 나온 사람이 작디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다. 맑은 비췻빛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나는 이 아름다운 바닷가에 처음 소나무를 심은 건 1600년경이다. 강릉 함씨가 섬으로 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관매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먹어야 시집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섬의 모래바람은 지독하다. 가뜩이나 척박한 섬에서 시시때때로 이는 모래바람은 주민들을 괴롭히는 섬의 심술쟁이 마귀할멈 같았을 것이다. 섬에 뿌리를 두고 살고자 한 이는 살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고, 그 뒤로 거센 모래바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관매리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조상들이 억새를 엮어 만든 바로 바람을 막아 소나무 묘목을 길렀다”는 그때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제는 폐교가 된 관매초등학교에 가면 그 역사를 온몸으로 보여 주는 나무들이 있다. 학교 주변의 곰솔은 둘레만 평균 42㎝에 달한다. 수령은 150~300년 정도로 보인다. 그 오랜 시간 섬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소나무숲도 사람 손에 수난을 당했던 때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전봇대로 쓰려고 곧고 굵은 소나무를 숱하게 베어 해변에 쌓아 두었는데 전쟁이 끝나는 바람에 그대로 썩혔다는 설명을 섬의 주민들이 들려준다.


나무를 지켜라

이 섬에서 살기 위해서는 소나무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주민들은 어떻게든 이 방풍림을 보전하려 애썼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쓰기 전인 땔감을 구해서 불을 지피던 시절에는 나무를 베려는 사람이 많았다. 필요에 의한 행위였지만 그런 손길에서 숲을 지키고자 매일 2명이 숲을 지키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는 한데 모아서 마을사람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가져갔다. 만약 몰래 땅에 떨어진 것을 가져가면 그 집은 나무 배급에서 제외할 정도로 엄격하게 나무를 관리했다. 그때는 “맨발로 숲을 다녀도 될 정도로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술회할 정도였다.


그런 곰솔숲을 두고 관매도 사람들은 고민이 많아졌다. 이제는 나뭇가지를 땔감으로 쓰지 않으면서 숲 바닥에 소나무가 아닌 다른 식생이 무성해졌는데, 이게 문제다. 팽나무, 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같은 난대 수종의 수가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것. 소나무는 병충해로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로 적잖게 죽어 가고 있는 반면에 다른 수종은 빠르게 번지고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이 소중한 소나무숲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한다.


관매도는 숲이 있어 마을이 생존할 수 있던 섬이다. 지금까지는 소나무숲이 사람을 지켜 주었지만 이제는 사람이 이 숲을 지켜 줄 차례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법. 오늘도 관매도 주민들은 이 아름다운 곰솔 군락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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