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제주 남원읍 동백나무숲 주소복사

'제주도의 동백은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은 계절에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중에서도 서귀포시 남원읍의 동백숲은 원시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숲이다.'



마을과 역사를 함께한 동백 군락지

오래된 숲은 인접한 마을과 역사를 함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닷가의 경우 마을이 생기면 바람을 막아 줄 방풍림을 조성해서 지금에 이르곤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가 이런 사례다. 보통은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는데, 이 마을은 독특하게 동백을 심었다. 그리하여 마을의 역사를 좇아 살펴보면 이곳의 동백숲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다.


남원읍 신흥2리는 ‘동백마을’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동백나무가 무성하다. 이 자리에 마을이 생긴 것은 300년 전이다. 1706년(숙종 32) 김명환이라는 인물이 처음 이곳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광산 김씨 입도시조(入道始祖) 12세손의 사형제 중 막내였다는 이야기도 자세하게 덧붙어 있다. 그는 이때부터 동백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해 거센 제주의 바람을 막고자 했다. 가지가 유연하고 촘촘하게 뻗어 서로 얽어 자라는 동백의 특성은 방풍림 기능을 제법 훌륭하게 소화한 모양이었다. 더욱이 땅덩이가 큰 제주라 해도 척박한 섬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했을 리 없다. 육지에서 흔하게 구하는 소나무도 여기서는 귀했을 것이며, 남해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백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에 안성맞춤이었을 터이다.


300년이라는 시간을 흘러오는 사이에 동네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다. 마을이 생길 때까지는 표선면 토산리로 분류됐지만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온천리로 분리됐다. 1914년에는 온천리, 동의리, 안좌리, 토산리의 일부를 통합해 신흥리를 구분했다. 신흥리는 ‘새롭게 일어나라’는 뜻이다. 아마도 행정 개편을 하는 당시 이곳 주민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 세상이 그렇게 수시로 변화하고 있었음에도 동백나무숲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300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과거 인간의 수명을 30년으로 잡아 한 세대로 볼 때 무려 열 세대가 삶을 이어 갈 정도로 길고 긴 시간이다. 지금도 이 숲은 300년 전 모습 그대로 인간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 나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저 숲은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까.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무심한 척하며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가지를 흔들어 몸을 움직일 뿐 침묵을 지키며 그렇게 300년을 이어 왔다. 첫발을 들이면서부터 이 숲에 경외심이 인 이유다.


원시림을 오래 보고 싶다

기억하는 것이 많아서 저리도 울창한 것일까? 숲 가운데로 놓인 덱을 따라 걷는 동안 양쪽으로 빛조차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가지가 얽혀 있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뭇가지에서 핀 붉은 꽃송이는 툭 떨어져 흐트러짐 없이 새로운 상대와 아무 말 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어떤 꽃은 검은 돌담 위로 떨어져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각자가 품고 있던 여행담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다. 땅으로 떨어진 꽃송이는 붉디붉은 입술로 촉촉하게 젖은 대지에 입을 맞추는 것만 같았다.


근래 제주도를 여행하는 트렌드가 점차 바뀌고 있다. 잘 알려진 곳을 찾아다니는 것에서 제주의 속살이 감추어 두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식이다. 신흥리 동백마을의 숲은 최근 들어 한창 입소문이 나고 있다. 여기서 가까운 위미의 동백숲은 인기 절정이다. 그러나 위미숲의 동백은 일본에서 건너온 애기동백이다. 꽃잎이 분홍빛을 띤다. 보기에 아름다울지 몰라도 꽃의 빛깔이 드러내는 색의 깊이는 동백마을이 훨씬 더 진하다. 


그래서일까.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의 발길은 이제 이곳까지 닿았다. 이 고요한 숲이 300년간 갈무리해 두고 있던 진가를 세상에 보여 줄 때가 왔다. 그러나 사람 욕심으로 숲이 다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 욕심은 고작 몇 년이지만 300년을 이어 온 숲의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있으니. 이제는 이 원시림의 생명력을 존중하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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