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이 학교를 마치고 떠난 졸업생이라면모교를 꼭 다시 가 보길 권한다.
그때 그 학교가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에깜짝 놀라게 될 거다.'
숲속학교 1호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 보면 학교와 숲은 별개의 존재 같았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 새로 조성된 학교였고, 그래서 나무가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서울 노원구의 화랑초등학교를 마주하고 나서 이 학교 학생들이 마냥 부러운 것은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었다.
화랑초등학교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사립학교다. 서울여자대학교 캠퍼스를 이웃하고 길 건너에는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1968년에 개교했으니 역사도 오래됐다. 이 학교에 숲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학교숲 운동의 일환으로 학교 내에 숲을 꾸며서 학생들에게 자연 친화형 학습 환경과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자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숲이 있는 학교는 전국을 통틀어서 매우 드물 정도로 학교와 숲은 별개의 존재 같았다.
지금 이 학교를 보는 사람들은 불암산 자락과 학교가 인접해 있으니 당연히 원래부터 숲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999년 학교숲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학교 앞은 덩그러니 빈 공터에다 나무 한두 그루가 전부였다. 교사를 제외하면 바람 불 때마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이 학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크게 결심하고 숲 조성 참여를 결정했다. 흙먼지 자욱하던 운동장에 기반 공사를 시작했고, 3년 만에 그럴듯한 정원과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내에 학교숲을 만든 건 화랑초등학교가 프로젝트 1호였다. 그 계획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10년이 지난 후에 뚜렷이 드러났다.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나와요!
학교 앞 공터에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이 직접 나무를 심어 가꾸고, 그린스카우트 활동으로 매년 교내의 숲을 관리하면서 생태 변화를 관찰하는 등 활동을 지속해 갔다. 본디 식물은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던가. 학생들은 매년 조금씩 자라서 때가 되면 졸업해서 학교를 떠났지만 한 자리에 심어 놓은 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아먹고 자랐다. 1999년에 찍은 학교 사진과 2009년에 다시 찾아가 찍은 학교 사진은 전혀 다른 곳인 양 변해 있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경우다. 아니, 아직도 이 학교의 숲은 갈수록 울창해지고 있으니 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1999년에 힘 모아 이 숲을 만든 학생들이 학교에 찾아왔을 때는 가슴 뿌듯해지도록 멋진 숲으로 성장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나 학교로 들어오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 속에서 쉬며,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단풍잎 아래에서 자연을 벗하며 거닌다. 이제는 학교 안에 화랑누리길과 화랑둘레길이라는 숲길도 두 개 생겼다.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소규모 생태 공간 비오톱도 마련돼 있다. 통참나무를 쌓아서 개구리, 두꺼비, 달팽이, 두더지가 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곤충호텔을 지어 각양각색의 곤충들이 학생들과 함께 이 공간에서 지내도록 했다. 여기에 고라니, 수달, 너구리, 오소리 등을 위한 볏짚더미도 쌓여 있다. 표고버섯이 자라는 참나무더미, 도롱뇽과 다람쥐를 위한 고사목더미도 마련해 놓았다. 이런 학교에서는 미세먼지와 폭염으로부터 학생들을 조금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더할 나위도 없다.
미래를 바꾸는 일은 지금 이 순간 나무 하나를 심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 말을 실천으로 보여 준 대표 사례가 화랑초등학교다. 학교 한쪽의 ‘행복한 학교’라는 큼직한 글씨가 더욱 크고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에게 입시교육에 앞서 진짜 행복을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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