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한재초등학교를 나온 졸업생은“나를 기른 8할은 우리 학교의600년 된 느티나무”라고 했다.
그의 어투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지금도 이 나무는 학생들의 자랑거리다.'
인생의 자양분이 되어 준 추억
한재초등학교는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에 있다. 큰 대(大), 고개 치(峙)를 쓰는 대치리. 큰 고개라는 의미다. ‘대치’의 순우리말이 ‘한재’다. 그래서 한재초등학교는 큰 고개에 있는 초등학교라는 뜻이다. 1920년에 문을 연 이 학교에는 나이 600살을 훌쩍 넘은 느티나무가 여전히 당당하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교문으로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먼저 시선을 잡아끈다.
웬만큼 크다 하는 나무라 해도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높이가 무려 30m에 달한다. 둘레도 어른 예닐곱 명이 두 팔을 활짝 벌려야 간신히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굵다. 우람하게 뻗은 모양새도 일품이고, 여기서 느끼는 위압감도 대단하다. 마치 ‘이 마을에서 나무의 왕은 바로 나야 나’라고 무언의 강조를 온몸으로 전하는 것만 같다. 어쩐지 이 나무에는 범상치 않은 비밀이 깃들어 있을 것 같다 싶었는데 역시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공들여서 손수 심은 나무라는 일화가 전해 온다. 천연기념물 제284호다.
학교 주변으로는 은행나무가 담장을 따라 올망졸망 줄지어 서 있다. 한가로운 시골 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마음에 안식을 주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마치 공자와 제자들의 행단(杏壇)을 보는 것 같다. 행단은 공자의 생전 일화 가운데 ‘행단예약’을 일컫는 말이다. ‘공자행단현가도’라는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노나라로 돌아온 공자가 벼슬과 출세욕을 버리고 매일 살구나무 아래에서 제자들과 거문고를 타며 <서경>과 <예기>를 찬술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나무가 공부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면 느티나무는 그저 아이들의 놀이터다. 어른의 눈으로 보아도 압도되는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이 마을 아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600살이 넘은 느티나무 할아버지를 타오르고, 그 면전에서 까불대며 뛰논다. 그 모습이 인자한 할아버지와 손주들을 보는 것 같아서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무 아래 기다란 의자는 마을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아이들로부터도 사랑을 받는 자리다. 강렬한 볕이 내리쬘 때 느티나무 뒤에 숨어 앉아 있으면 시원한 그늘이 온몸을 감싸 주기 때문이다. 고재종 시인은 ‘담양 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라는 시에서 이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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