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백중 잔치가 열리던 날, 고창 삼태마을 왕버드나무숲 주소복사

'고창의 하고리에는고현·남창·삼태·양사 등 네 개의 마을이 있다.

이들 가운데 삼태마을이 시작하는 지점부터끝나는 곳까지 거대한 왕버들이 줄지어 서 있다.'



소를 빌려주고 노고를 위로하던 자리

한눈에 봐도 평범한 숲은 아니다 싶더니 전북기념물 제117호란다. 삼태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하천을 따라 천변 양쪽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거목이 섰다. 면적은 5만 3300㎡(약 1만 6120평). 대체로 이 숲을 이루는 나무는 왕버들이다. 수령 200~300년은 족히 될 만한 귀목나무부터 은행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단풍버금나무 등 12종 99그루가 숲속에서 함께 자라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별난 크기로 눈에 띄는 나무는 지름이 134㎝에 높이가 8m에 달한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인간의 정성 없이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숲이다.


마을주민의 설명으로는 이곳의 숲 역시 마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풍수적으로 조성한 비보림이다. 하천 상류에는 대산천이 있고 하류에 와탄천이 있는데 예전에는 해마다 홍수가 되풀이돼 이를 막기 위해 조성했다는 설명도 있다.


숲에 대한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19세기 말 장수군수 정휴탁이 삼태마을로 낙향해 왔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소를 빌려주었는데, 3년 동안 빌려주면서 그동안 새끼를 낳으면 송아지는 소작민이 갖고 빌려준 소만 돌려받는 식이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매년 백중(음력 7월 15일)이 되면 정휴탁은 소를 빌린 이들을 모이게 했다. 소의 상태를 묻고 새끼를 가졌는지도 확인하면서 장부를 작성했고, 농사를 짓느라 수고하는 그들을 위해 잔치를 벌여서 위로했다.


이때 잔치를 벌이던 곳이 대산천변의 넓은 평지다. 그는 주변에 흔한 왕버들의 굵은 가지를 잘라 몇 겹으로 말뚝을 박고 여기에 소를 매어 놓았다. 이때 말뚝으로 박아둔 가지에서 싹이 트고 큰 나무로 성장하면서 숲이 됐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서 짐작해 보면 이 일대에는 예부터 왕버들이 많았고, 이것이 마을숲까지 확장되는 식으로 발전해 온 게 아닌가 싶다. 정휴탁의 일화는 그런 과정을 설명해 주는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를 듣고서 대산천변의 평지를 바라보면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왕버들이 꿈틀대며 솟아 있다. 물가의 왕버들 중에는 배배 꼬인 몸으로 춤을 추는 형상을 한 것도 있다. 그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오래전에 마을사람 모두가 이곳에 한데 모여서 잔치를 벌이던 그날 나무도 신이 나서 춤을 춘 것이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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