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가슴에 흉터를 가진 숲, 강릉고등학교 솔숲 주소복사

'초당마을의 소나무숲 안쪽에는 고등학교가 있다. 숲의 일부분을 인재 양성 공간으로 내어준 셈이다. 

이 학교가 이제는 숲을 보전하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상처

한반도 전역에 일제강점기 생채기가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초당마을의 소나무숲에도 좀처럼 치유되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상처가 남아 있다. 일제는 국내의 온갖 자원을 수탈해서 전쟁을 치르는 데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목재 수탈은 유난했다. 민간의 가옥을 짓기 위해서도 이 땅의 나무는 숱하게 베어졌다. 


초당마을의 소나무숲 나무 중 일부의 나이는 110년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나무들은 70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저질러진 무차별적 벌목 때문이다. 광복 이후 6・25전쟁까지 겪은 초당마을 사람들은 이 숲을 다시 살리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고, 그때 심은 나무의 나이가 이제야 70년 정도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100년 넘게 살아온 소나무가 무탈한 것도 아니다. 굵은 몸뚱이를 하고 있는 소나무에는 하나같이 가슴 높이에 깊숙한 흠집이 나 있다. 일본군이 항공유를 만들 목적으로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1945년 전쟁에서 패한 일제는 바다 건너 제 땅으로 돌아갔으나 35년 동안 이 땅 깊숙이 새겨 놓은 생채기는 지금도 이처럼 소나무에 뚜렷이 남아 있다. 제아무리 과거의 일을 미화하고 없었던 일인 것인 양 굴어도 과거의 행적은 이렇게 짙게 남은 채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기록이 됐다.


강릉고등학교는 이런 초당마을 소나무숲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숲의 일부를 강릉교육대학과 강릉고등학교 등 인재를 기를 기관에 기꺼이 내주었다. 학교는 부지를 다듬는 과정에서 숲의 일부를 베어 내도 됐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울타리 안쪽으로 숲을 품어 안았다. 그 덕분에 이 학교는 ‘학교숲’이라는 멋진 유산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학교가 숲을 지킨다

한반도에는 소나무숲이 유난히 많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 기온으로 소나무재선충이나 솔잎혹파리 같은 해충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는 탓이다. 그 바람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나무숲이 사라지고 있다. 초당마을 소나무숲 역시 이런 현실에서 안전하지 않다. 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숲이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어 주민들 고민도 깊어진다. 


이 와중에 강릉고등학교는 소나무숲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학교 울타리 안쪽의 소나무는 바깥에 있는 소나무에 비해 생육 상태가 좋은 편이다. 학교의 울타리가 마을 개발과 확장을 이유로 숲의 소나무를 베어 내는 손아귀로부터 나무를 지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노거수가 학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학교 측과 졸업 동문들도 숲 보전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숲과 함께해 온 학교가 나서서 숲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든든하기 그지없다. 


강릉고등학교의 소나무숲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자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잠시 머물면서 쉬어 가도 누가 뭐라 하는 이 하나 없다. 학교도 이 건강한 숲 유산을 더 많은 이와 함께 나누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기고 있다. 이런 일련의 모습은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도 분명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숲은 지난 아픈 역사의 상처를 안은 채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 왔지만 또다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숲을 지키는 일은 갈수록 어려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나무숲은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안팎의 의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믿음은 힘을 배가시킨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도 숲을 지키겠다는 학교와 마을사람들의 의지에 힘을 보태 준다면 분명 우리는 오래도록 이 소나무숲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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