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귀를 열고 걷는 이유, 합천 가야산국립공원 소리길 주소복사

'가야산에는 보물이 많다. 

팔만대장경으로 잘 알려진 합천 해인사도 그렇지만, 그 사찰 주변으로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생명력 또한 귀중한 보물이다.'



자연이 들려 주는 생명의 소리

예전의 가야산은 심산유곡 중에서도 심산유곡이었다. 경상도 복판으로 우뚝우뚝 솟아 오른 산봉우리가 잇따라 펼쳐지는 줄기에 자리하고 있어서 크게 마음을 먹어야 올 수 있는 곳이었다. 지역이 그러하니 그 옛날 고운 최치원이 갓과 신발만 남겨 두고 신선이 돼 홀연히 떠났다는 설화가 내려올 만도 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만나는 해인사 이정표. 너른 주차장에 내려서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면 이 산 어딘가에서 신선이 된 최치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참 깊고 깊은 산중이다. 


볕 좋은 날이면, 이곳을 찾는 이가 많아진다. 해인사 곁으로 난 산길을 따라 걷는 ‘소리길’이 만들어진 이후 입소문을 타고 가야산 자락을 오르려는 인파다. 소리길이라. 이름부터 어여쁘다. 잠시 이 길에 대해 찾아보면 7개의 다리와 500m의 덱으로 꾸민 6㎞ 남짓의 저지대 수평 탐방로라고 나온다. 그런데 길 전체의 길이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정보가 다르다. 여기서는 6㎞라고 하는데, 저기서는 7.2㎞라고 해 놓았다. 여러 정보를 취합해 보니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시작해 해인사 치인주차장까지는 6.9㎞, 해인사까지는 7.3㎞라는 게 맞는 듯하다. 


소리길은 말 그대로 자연의 소리와 함께 걷는 길이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숲길로, 시작부터 길의 끝까지 자연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그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면서 세상의 시름을 모두 잊으라는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이 길의 곁으로 해인사가 있어서 불교의 철학을 담은 다른 의미도 있다.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 그래서 소리길의 ‘소리’는 ‘蘇利’라는 한자로 풀어놓기도 했다. 두 글자가 모여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뜻이다. 더 쉽게 다시 풀이하자면 ‘해탈의 길’이라고 하겠다. 불교에서 해탈이란 중생이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쉽게 얻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지처럼 보이지만, 실상 해탈로 가는 열쇠는 바로 내 곁에 있다고 여러 경전을 통해 누차 이야기한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서 나의 눈에 담기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맞이하는 것. 지금 순간에 집중하는 그 행위 자체가 곧 불교의 수행이요, 해탈로 가는 길이다.


내 마음의 소리를 찾아라

이 길은 이름부터 그러하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길로 접어드는 초입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소리, 수만 가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노래하는 산새의 소리 등 모든 것이 이채롭다. 처음 접하는 게 아님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차다. 소리에 집중하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한다. 목적지를 염두에 두면 좀처럼 길이 끝나지 않아 걷는 행위가 버거워지기 마련이지만, 한 걸음 숲 안쪽으로 다가설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를 주워 담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다.


하나에 깊이 몰두해 몰두하는 그 행위마저 잊는 것.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삼매’라고 칭한다. 숲길을 걷는 일은 어느 순간 삼매로 이어진다. 걷고 또 걷는 단순한 행위는 삼매에 들어서기 참 좋다. 그러나 우리는 수행이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순간 순간 잡념이 올라와 삼매의 순간을 깨뜨리기도 한다. 이때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더 잘 들리기 마련이다. 걸음걸이 하나에도 나의 몸이 어디가 불편한지, 속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나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가 모두 생생하게 드러난다. 걷기 좋아하는 이는 이런 스스로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아서 다시 길을 나선다. 소리길은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나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길인 모양이다.


숲길은 총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입구에서부터 홍류문까지는 ‘홍류동 여행’이다. 그 다음부터 명진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발자취를 찾아서’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 번째 구간은 명신교를 지나 치연교까지 나아가는데, 멋진 풍광이 많아 ‘비경을 찾아서’라고 부른다. 마지막 1.2㎞는 해인사까지다. 천년고찰로 향하는 길이어서 ‘천년의 길’이다. 각 구간에는 낙화담과 농산정 같은 아름다운 비경이 있어 눈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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