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10만 그루가 그려낸 한반도, 신안 증도 한반도 해송숲 주소복사

'숲 안에서는 숲의 전체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알기 어렵다. 숲을 벗어나 고지가 높은 곳을 오르거나 하늘 위에서 내려다봐야만 숲의 형태가보이기 마련이다. 신안군 증도에도 숲을 벗어나야비로소 보이는, 10만 그루의 나무가한반도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숲이 있다.'



한국의 발리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달린다. 도로의 끝에 가까워질 때쯤 목포와 신안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목포 그리고 신안. 이 두 이름은 모두 무안이라는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과거 무안은 1000개가 넘는 섬을 거느렸던 제법 방대한 땅이었다.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무안에서 목포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1962년, 무안은 다시 몸뚱이를 내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섬 위주의 지역을 따로 갈라 ‘새로운 무안’이라는 의미로 신안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 뒤로 무안은 신안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신안’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들었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이, 차는 바다를건너 섬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증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도라는 섬을 거쳐야 한다. 육지에서 섬으로, 그 섬에서 다시 다른 섬으로. 두 개의 다리를 건너 바다를 넘어가야 비로소 증도의 땅을 밟는다. 원래 증도는 염전으로 유명한 섬이다. 증도 전체의 1/3을 차지할 만큼 소금밭이 광활하다. 이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섬을 먹여 살렸다. 염전 안팎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습지가 온전히 남았고, 그곳을 터전 삼아 온갖 해양 동식물이 번성한다. 증도로 들어오는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육지 사람의 왕래가 쉽지 않았던 덕에 습지의 생태 환경은 보전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그 덕에 람사르습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국가습지보호지역, 갯벌도립공원 등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4관왕의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증도는 염전도 유명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방풍림이다. 증도의 염전에서 섬을 반 바퀴 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엄청난 규모의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증도를 상징하는 구조물인 짱뚱어다리에서 무척 가깝다. ‘한국의 발리’라는 별명이 붙은 우전해변 바로 뒤에 있는 숲이 이 숲이다. 해변은 너른 모래밭 위에 군데군데 싸리나무와 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돼 있어 발리 못지않게 멋스럽다. 그 뒤로 짱뚱어해수욕장에서 우전해변까지 3.5㎞에 달하는 해안이 숲과 어우러진다.


원하는 대로 걷기

숲은 10만 그루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나무로 채워져 있다. 90만㎡(약 27만 2000평)의 방대한 규모다. 그 안에서 소나무의 행렬이 끝도 없이 늘어섰다. 무엇보다 이 숲을 유명하게 한 것은 숲의 전체적인 형태다. 평면으로 볼 때는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모습에 지나지 않지만, 멀리 대각선 측면의 고지대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이다. 증도를 일주하는 도로를 따라 달리다 숲의 경치에 반해 들어오는 사람도 많은데, 대부분 이곳이 한반도 해송숲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온다. 그만큼 숲이 거대하다. 숲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50~1960년대로 알려져 있다. 증도는 모래가 많은 섬이다. 바람이 불면 백사장에서 날린 모래가 온 섬을 뒤덮을 정도였는데,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했다. 이런 피해를 줄이고자 해수욕장 뒤편으로 숲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숲의 나무는 대체로 50~60년생이다.


이 해송숲에 요즘 들어 트레킹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5개의구간에 걸쳐 총 40㎞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구성돼 있다. 하루에 완주하기가 버거울 만큼의 길이다. 무리해서 하루에 다 걷기보다 이틀이나 사흘에 걸쳐 천천히 걷는 편이 현명하다. 전체 길이는 길지만,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바다가 보이는 숲 안쪽으로 길이 나 있어 걷기에는 수월한 편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기꺼이 산책에 나설 만하다. 지금은 이 길에 ‘증도 모실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생태 관광 코스로도 개발하는 중이다.


증도의 오아시스, 모래치

섬에 모래가 많다는 것은 물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가 와도 빗물이 고이는 게 아니라 모래 아래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섬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은 증도에서 사는 데 있어 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예전부터 증도는 그런 이유로 ‘시리섬’ 또는 ‘시루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리’는 ‘시루’의 전라도 사투리다.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래를 깊이 파서 물이 고여 있을 만한 지층을 찾아내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모래를 파서 맑은 물이 솟아오르도록 해 둔 곳을 ‘모래치’라고 부르는데, 숲 안에서 이런 모래치를 볼 수 있다. 길가에 고여 있는 맑은 둠벙은 모두 모래치라고 봐도 된다. 증도의 오아시스랄까. 증도에 생을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샘물이다. 이 역시 숲을 조성했기에 물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니, 숲은 증도 주민에게 이래저래 소중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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