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은 배롱나무가 많은 고장이다.
굽이치며 가지를 뻗어 자라는 자태가 멋진 이 나무는 광주호를 만들면서 상당수가 사라졌다.
다행히 담양의 명옥헌 주변에는 노거수 몇 그루가남아 옛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음을 흔드는 풍경
뙤약볕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여름의 복판이 되면, 배롱나무의 불그스름한 꽃잎이 열린다. 온 세상이 녹음으로 가득 찬 시기이기에 꽃의 빛깔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면 그 색채는 마치 분홍빛 구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이 꽃의 다른 명칭인 ‘목백일홍’에는 백일 동안 붉은 꽃을 계속 피워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꽃은 원래 중국의 남쪽이 고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미 고려시대에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이 나무의 이름이 남아 있다.
담양의 명옥헌원림은 여름철 꽃이 만발한 배롱나무 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다. 명곡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는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기거하며 많은 글을 읽었고, 많은 저술을 남겼다 한다. 원림을 둘 정도면 제법 규모 있는 건축이지 않을까 싶지만 정작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 정도로 아담한 편이다. 인위적인 멋스러움보다는 담박한 맛이 건물 전반에 배어 있다. 선비정신을 담아 후세에게도 “무릇 선비라 하면 이래야 한다”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주인이 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만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건물은 주인의 성품을 닮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명옥헌의 원림은 감탄이 절로 일어난다. 원림이라 함은 정원을 뜻하되 인공적인 면을 덜어내고 자연 속에 인간의 자리를 잡은 경우를 말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필요로 정원을 꾸민 것이 아니라 있는 자연 속에 인간이 어울릴 터를 골라 풍경을 가다듬는 식이다. 인간이 주인인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이고, 사람은 그 안에 깃들어 함께하는 것. 그것이 한국의 정원이 가진 특징이다.
이곳의 원림은 크게 소나무숲과 배롱나무 군락으로 구분된다. 배롱나무가 모여 앉은 사이에 물길이 멈춰 서서 연못이 됐다. 햇살 쨍한 날이면 투명한 하늘빛이 물 위로 오롯이 담긴다.
우암 송시열이 이곳에 반해 ‘명옥헌’이라는 이름을 계곡의 바위에 새겼다는 일화도 있다. 명옥헌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그 유래를 찾다 보니 ‘물이 흐르면 옥구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라는 뜻풀이가 보인다. 원림 곁의 계곡에 수량이 풍부할 때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 구르는 것 같다는 의미다. 그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계곡의 물소리가 그리 들릴 것도 같았다. 저 정원에는 분홍빛 꽃구름이 흩날리고 맑은 연못 위에 하늘의 구름이 담겨 천천히 흘러간다. 명옥헌원림의 맛은 가히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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