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22세기를 위한 목재 생산기지, 강릉 어흘리 소나무숲 주소복사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넘어간다. 산맥을 휘돌아 서에서 동으로, 혹은 동에서 서로. 

그 정점이 되는 자리에 대관령이 있고, 그 안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있다.'



돌처럼 단단한 금강송의 행진

강원도는 산맥을 기점으로 영서와 영동으로 나뉜다. 영서인 평창과 영동인 강릉을 잇는 사이에 대관령이 있다. ‘구름도 쉬어 간다’는 그곳이다. 대관령이라는 이름에는 설이 여럿이다. ‘큰 관문의 고개’여서 대관령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길이 험해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으로 부르다가 이를 한자로 차음하는 과정에서 대관령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관령 안에서도 성산면 어흘리에는 우람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은 총면적 4㎢(약 121만 평)로, 축구장 571개 규모다.


이 험준한 고개에 소나무숲이 들어선 것은 1922~1928년경이다.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을 해서 숲을 일궜다. 덕분에 이 숲은 다른 곳보다 평균 축적률이 3배나 높다고 한다. 나무 사이의 간격이 좁은 까닭에 침엽수임에도 하늘의 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지가 맞닿아 그늘이 많은 게 특징이다. 여름이면 산책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숲의 안쪽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눈앞의 소나무들이 늠름하게 발맞춰 걷는 행진을 연상케 한다. 원래 조성 당시에는 숲의 크기가 5.25㎢(약 159만 평)에 달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크기가 많이 줄었다.


이 숲이 중요하게 평가되는 것은 ‘문화재 복원용 대경재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전국을 대상으로 문화재의 자재가 될 만한 우량 소나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실제 2008년 숭례문 복원에 사용할 지름 60㎝ 이상의 소나무 600그루를 강릉시 성산면 일대에서 찾아낸 적 있다. 문화재 복원을 위한 소나무는 곧고 굵어야 한다.


이런 소나무 대경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는 향후 고건축 문화재 보수와 궁궐의 복원에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 숲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강송(剛松)이라 부른다. 강원도의 소나무, 그중에서도 강릉 일대의 영동지역 소나무에는 이런 강송이 많다. 강송은 나이테가 촘촘하고, 나무의 가장 깊은 속을 의미하는 ‘심재’에 송진이 가득 차서 쉽게 썩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잘 갈라지지도 않아서 목재로 사용하기에 최상이다. 최근에는 이런 나무를 ‘금강소나무’라고 부른다. 황장목, 춘양목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과거의 유산을 미래로 전하기 위하여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과거의 유산을 얼마나 잘 가꾸고 보전하느냐는 드러나지 않는 그 나라의 국력과도 직결된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멀리는 유럽, 가까이는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문화재가 가진 힘을 절감해 왔다. 산림청이 이 숲을 대경재 생산기지로 지정한 까닭, 그리고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이라 부르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처음 숲을 조성한 이래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묘목을 심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뿌려 키운 숲이어서 틈틈이 간벌을 해야 한다. 가지도 잘 쳐 주어야 옹이가 생기지 않는다. 지난 100년간 숲은 끊임없는 인간의 손길과 정성을 받아서 자랐다. 숲의 곳곳에는 간벌과 가지치기를 한 흔적이 남아 있다. 꽤 두툼한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놓았는데, 나이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을 들여다보며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얼마나 질 좋은 목재인지를 절감한다.


숲에는 5개의 산책 코스가 있다. 대관령의 굴곡을 따라 오르내리는 맛이 각별하다. 울창한 숲 사이를 따라 걸어도 그늘이 시원해 좀처럼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숲길은 전체가 6.3㎞로 이루어져 있다. 주차장을 기점으로 삼포암을 지나 소나무숲을 돌아 내려오는 순환코스를 이룬다. 곳곳에 대통령쉼터, 솔숲교, 전망대, 풍욕대 같은 시설이 조성돼 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이 숲이 가진 가치를 높이 사는 분위기다. 산림청 차원에서 ‘국유림 활용 산촌 활성화 시범사업’을 벌였고, 대대적인 소나무숲의 정비를 마쳤다. 더불어 ‘경영·경관형 10대 명품숲’에도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인제 자작나무숲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미래의 후손을 위해 조성한 숲은 이제 숲 자체로 귀중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시원한 바람과 청량한 피톤치드의 내음이 밀려오는 곳. 가족과 함께 숲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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