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숲 이야기
아이들을 위한 모두의 정성, 제주 온평초등학교 숲 주소복사

'제주도 성산일출봉이 가까운 온평리에 아름다운 학교가 있다. 

학교를 위한 마음과 그 마음이 길러 낸 숲이 모두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는 나무 아래에 앉아 마음을 토닥이기 좋은 그늘도 있었다.'



해녀들이 지켜 낸 동네 학교

교문을 들어설 때까지는 “학교 참 잘 꾸며 놨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교정을 단장하고 있는 숲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학교 정말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연신 쏟아졌다. 색색의 꽃이 곳곳에서 피고 지고 또 피고 진다. 계절마다 서로 다른 표정을 보여 주는 이런 학교가 또 있을까. 이렇게 멋진 학교숲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손길이 닿았을까.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숲 한쪽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한창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이곳은 구석구석 정성이 깃들어 완성된 숲이었구나’ 하는생각이 밀려들었다.


온평초등학교가 개교한 것은 1946년이다. 섬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이 일대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으로 대접받았다. 시간이 흐르자 온평리에는 사람이 줄었고, 덩달아 학생 수도 점차 줄어 갔다. 한때는 전교생 99명에 이를 정도로 제법 북적대던 학교였지만 2010년에는 인근 학교와의 통폐합을 고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대 흐름과 변화는 걷잡을 수 없는 것이니 통폐합은 마치 당연한 순서처럼 여겨졌다.


수십 년 역사의 학교가 문을 닫는 게 기정사실화될 때쯤 불씨가 살아났다.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장성해 교감으로 부임했고, 학교를 살려 보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작 한 사람의 힘이 무얼 바꿀 수 있을까 싶지만, 그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교감 선생님의 애교심이 지역주민을 움직였다. 그렇게 학교를 살리기 위한 온평리 주민의 단합이 이뤄졌다.


학교숲 조성은 바로 그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2005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학교숲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교직원과 학생은 물론 지역주민에 동문까지 이 사업에 동참했다. 학교 부지는 꽤 넓다. 7000여㎡(약 2100평)에 이르는 교지를 7개 구역으로 나누고 공간마다 다른 주제를 부여했다. 마을 해녀들은 물질해서 따 온 미역이며 온갖 해산물을 팔아 번 돈을 모아서 힘을 보탰다. 그렇게 모두가 함께 만든 학교숲은 둘러볼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공간이 됐다.


학교 뒤에 숨은 비밀의 정원

교문 안으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천연잔디 운동장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한쪽에는 초등학교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법한 철봉이니 정글짐 같은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고, 반대편 학교 건물과 병설유치원 주변으로는 무성한 나무가 보인다. 운 동장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나무를 살피는데, 동백나무·비자나무·왜종려나무 같 은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부터 나사백이라 불리는 가이즈까향나무를 비롯 해 팥배나무·히어리 같은 낯선 이름의 나무까지 수종이 매우 다양하다. 나무를 하나 하나 살필수록 이 숲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학교 건물을 빙 돌아 뒤편으로 나아갈 때쯤 비밀의 정원을 만난다. 학교 운동 장을 둘러싼 나무는 일부에 불과하다. 진짜는 학교 뒤에 있었다. 학교숲이라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꽤 넓은 부지에 아름다운 정원이 꾸며져 있다. 한쪽에서는 학생들 140 숲에서 길을 찾다, 아름다운 숲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산다는 것 141 이 직접 재배하는 벼가 보이고, 그 뒤로 전교생이 직접 길러서 다도까지 배운다는 차 나무밭이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로 올라가면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와 연못도 보인 다. 치렁치렁한 가지를 축 늘어뜨린 수양버들도 오랜만이다. 그 아래로 흰 연꽃들이 점점이 피어올라 단아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이 정원에는 ‘열운이 초록동산’이라는 귀여운 이름도 붙어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로 들어갔다. 눈 돌릴 때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 학교 아이들이 부러웠다. 얘들아! 좋겠다, 너희는.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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