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던 10월 3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탄소중립숲에는 다시 한 번 초록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지난 봄, 그린짐 참여자들이 함께 가꾸었던 공간이 어느새 푸르름을 되찾았고,
이번에는 그 숲 위에 새로운 미래를 심기 위해 우리가 모였습니다.


<잎이 무성해지면 빛 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공간에 여유를 더하고, 빛이 닿은 곳에 새순이 날 수 있도록 낙엽을 치웠습니다>
봄의 기억 위에, 가을의 숲을 더하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성북구와 동대문구에 걸쳐 있습니다.
특히 성북구에 걸쳐있는 지역에는 천장산이라는 작은 산을 함께 품고 있는데요.
지난 봄, 이 천장산의 숲을 임직원들과 함께 가꾸었습니다.
구분없이 엉켜있던 많은 수풀들을 헤치고, 작은 존재감을 드러냈던 다양한 식물들,
덩굴에 뒤덮여 힘겹게 자라던 작은 나무들.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활동으로서 KIST 임직원 50여명이 손길을 더했습니다.
함께 땀흘린 봄이 지나고, 장마와 무더위를 거친 숲은 이제 미래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풀과 덩굴이 무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전문가의 손길, 시민의 마음
활동 전, 생명의숲은 산림 전문가이자 생명의숲 공동대표이신 김석권 대표님의 자문을 받아 식재 수종과 방향을 세심하게 조율했습니다.
편백나무를 식재하는 방향으로 기본 틀을 잡았고, 한편으로 측백나무를 기부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더해져 식재 위치를 고려했습니다.
측백나무가 양지에서 잘 자란다는 점을 받아, 현장에서 그 조언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린짐은 활동소개와, 안전 유의사항 전달, 그리고 준비운동으로 시작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만큼 마음도 숲에 가까워진다”는 말처럼, 가벼운 스트레칭 속에서 긴장도 풀리고 웃음이 퍼졌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운반팀"과 "식재팀"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지난봄의 경험 덕분일까요. 도구를 쥔 손길에는 익숙함이 묻어 있었고, 나무를 다루는 표정에는 조심스러운 배려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나무를 옮기고, 한쪽에선 또 나무를 심고>
이번 활동은 단순한 나무심기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봄의 가꾸기가 ‘기초’였다면, 이번 가을은 ‘확장’이었습니다.
활동 전날 설치된 1,200개의 표시봉 은 우리가 심을 자리이자 미래의 숲이 자라날 좌표였습니다.
그 위에 편백나무 700그루, 측백나무 500그루가 차곡차곡 심어졌습니다.
이번 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참여자 모두가 집중했고,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며 하루 동안 약 980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심었습니다.
기부로 이어진 나무, 나눔으로 자란 숲
특히 이번 식재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식재 예정이었던 1200그루의 나무 중 520여그루의 측백나무는 묘목 농가로부터 기부받은 나무들이었습니다.
한 해 동안 농가에서 정성껏 키운 묘목이 숲의 한 자리가 되어 돌아온 셈이죠.

<크고 작은 측백나무 527그루를 기부받았습니다>
‘심는 사람’과 ‘기르는 사람’, 그리고 ‘함께 지켜보는 사람’이 연결되는 이 순환의 이야기는 숲과 생태의 순환과 조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린짐의 시그니쳐, 티 타임. 여기서 함께 나눈 마음
45분간의 전반전이 끝난 뒤에는 티타임이 이어졌습니다.
시원한 보리차와 애플사이다비니거(사과식초)를 음료로 하고, 말린 과일과 견과류를 나누며, 모두가 잠시 호흡을 고르고 서로의 작업을 돌아봤습니다.
"봄에 비해서 어떠신가요?", "지난번에는 제거 활동만 했는데, 오늘은 또 많이 심네요.", "지난 활동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편백나무 식재는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절반 정도 심은 것 같아요."


<그린짐은 티타임이라는 짧은 휴식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앞서 진행된 활동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이후 활동을 조율합니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자부심이 묻어났고, 잠깐의 꿀맛같은 휴식은 참가자들 간에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흙 위로 나섰습니다.
후반전에는 빈 묘목가방을 정리하고 남은 나무를 모두 식재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남긴 것들
활동을 마치고, 도구를 내려놓은 손에는 흙이 묻어 있었고, 얼굴에는 미소가 남았습니다.
활동을 한참 진행하는 와중에 누군가 말했습니다.
“이번에 심은 나무는 내년 봄이면 볼 수 있겠네.”
이 말을 들으며 느꼈습니다.
숲은 그렇게 자랍니다.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키우고,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KIST 그린짐 활동은 작은 인원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낸 하루였습니다.
숲을 가꾸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가꾸는 일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몸으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심어진 약 천 그루의 나무들이 내년 봄, 더욱 싱그럽게 자라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사람이 숲을 만들고, 숲이 사람을 돌본다." - 생명의숲, 그린짐
함께해주신 KIST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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