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을 넘어 평창에 도착하자마자 대화면에 위치한 하안미 소나무 숲을 찾았다. 2003년 제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러나 이 숲은 지역 주민들조차 숲 이름을 모를 정도로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안미 숲의 소나무 군락은 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숲을 돌보기 위한 차가 통행하는 임도 입구에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이 길은 마을 주민들의 산책은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나는 평창국유림관리소의 허가를 받아 차단기를 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올라갈 수 있었다.
밤새 눈 내린 산길을 4륜구동 차량으로 올랐다. 높이 20m에 달하는 소나무들이 양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촬영을 위해 잠시 차에서 내려 숲에 서자 소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고요한 숲에 소나무와 나 뿐이다. 너무 고요해서인지 밤새 내린 눈 위를 지나간 동물 발자국의 주인공이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을 듯했다. 하안미 소나무 숲은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금강송 씨앗을 뿌려 조성된 것이다. 안내를 맡은 국유림관리소 직원에 따르면 당시 이 숲의 소나무를 벌채한 뒤 소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임을 깨닫고 다시 씨앗을 뿌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36ha 규모에 1만 5천 그루의 소나무가 80년 동안 건강한 숲을 이루기까지는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 더욱 컸다. 현재는 국유림관리소가 나무의 생육 상태에 따라 적절한 간벌을 해 나무가 자랄 공간을 확보해주고 있다. 또 자연 방식 그대로 어미 소나무가 직접 씨앗을 퍼뜨리도록 하는 천연하종갱신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 숲을 지나다보면 어미 소나무 주변에 새롭게 자라나는 작은 아기 소나무를 볼 수 있다.
하안미 소나무 숲은 가리왕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평창과 정선에 걸친 가리왕산은 삼국시대 이전 부족국가인 맥국의 갈왕이 병란을 피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 하여 갈왕산이라 부르던 곳이다. 평소 출입이 통제되는 하안미 숲은 일 년에 한 번 귀한 모습을 공개하는 시기가 있다. 야생화가 만발하는 시기인 4월 마지막 주에 가리왕산 우리 꽃 보기 행사가 열릴 때다. 2002년도부터 열린 이 행사는 일주일 동안만 야생화 군락지와 가리왕산 임도를 개방하는 것이다. 멋들어지게 솟아 있는 소나무 사이로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한계령풀, 얼레지, 바람꽃, 현호색, 복수초 등 각종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소재지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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