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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여인의 궁궐, 창경궁의 나무를 만나고 왔어요~ 주소복사

지난 17일 토요일, 덕수궁과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창경궁에서 궁궐의 나무이야기 4번째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경궁은 앞서 언급된 궁과 달리 성종(조선 제9대) 때 대비가 된 왕후들(정희왕후, 소혜왕후, 안순왕후)을 모시기 위해 지은 궁궐입니다.

▲ 보물제 384호 창경궁의 정문, 홍화문

그렇기 때문에 정치공간인 외전보다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인 내전이 발달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성종의 효심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알수 있는 대목입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이 불에 타자 광해군때 다시 지어집니다. 이괄의 난(1624, 인조2년), 대화재(1830, 순조30년)으로 건물 일부가 소실되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의해 식물원과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격하되는 등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죠.

또한 창경궁은 조선왕조의 유일한 여의사인 대장금부터 인현왕후, 그리고 최근 흥행한 영화 <사도>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 동궐도(東闕圖)

창덕궁과 창경울을 합쳐 \'동궐\'이라 하였는데, 1824~183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가 있습니다. 동궐도는 동양화 서양화 기법을 모두 활용하여 아름답게 채색된 그림으로 궁궐과 함께 나무들이 그려진 가로576cm, 세로273cm에 달하는 그림입니다. 적어도 200년 전 궁궐에 어떤 나무를 심고 가꾸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자료랍니다.

▲ 한 그루 같아 보이는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동궐도를 확인하고 난 뒤 옥천교를 지나왔는데요.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얽혀있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닿아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연리목(蓮理木)\'이라 합니다.

그런데 창경궁에는 같은 종류가 아닌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닿아 있는데요. 두 나무는 연리목이 맞을까요?

정답은 땡! 다른 수종의 경우에는 세포가 합쳐질 수 없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처럼 두 나무의 운명은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인거죠^^

▲ 춘당지 앞 능수버들 아래에서

춘당지는 원래 논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연못으로 변형되었는데요. 가냘픈 여인을 상징하는 능수버들이 많이 심겨져 있습니다.

길게 늘어진 버들가지가 산들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하여, 혹은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능수버들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 창경궁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

이 느티나무는 400~500살로 추정되며 창경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터줏대감입니다. 가운데는 고목나무의 썩은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폴리우레탄폼 수지로 처리하여 갈색 모래를 덮어놓은 듯한 모습이죠? 하지만 고목나무의 가운데는 원래 죽은 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며, 나무는 상처가 생겨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능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과수술이라는 과잉보호로 고목나무를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자연치유가 되도록 냅둬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 낙선재 담장 옆 향나무(왼쪽)와 숭문당 옆 주목(오른쪽)

궁궐에 있는 향나무는 주로 제사에 쓰기 위함인데, 향은 부정(不淨)을 없애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생각하여 종교의식이나 제사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불리는 주목은 흔히 2천년을 살아서 이러한 별명이 붙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주목은 정선 두위봉에 있으며 1천 4백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이한 문정전을 바라보며

문정전은 창경궁의 편전(왕이 경연을 하거나 집무를 보는 주요공간)으로 기록에 따르면 왕대비 등의 혼전(장례 후 신주를 종묘로 모셔갈 때까지 모셔두는 곳)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문정전 앞뜰에서 영조 38년(1762년)에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때 사도세자의 죽음에 슬퍼한 나무가 있었는데요.

▲ 선인문 앞 회화나무

바로 이 회화나무입니다. 나무가 어떻게 슬퍼하냐고요? 원래 한 그루였던 이 회화나무는 마치 3그루의 나무로 보입니다. 속이 휘고 비틀리고 속이 썩어버려 3쪽으로 나눠졌습니다. 회화나무의 위치는 문정전과 거리가 있지만, 사도세자의 시신이 지나간 길목에 있어 나무도 가슴 아파 속이 까맣게 썩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 퀴즈와 설문조사 그리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창경궁 나무이야기 수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열정적으로 강의해주신 박상진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이른 주말에도 궁궐과 왕릉의 나무 이야기를 함께 해주신 참가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 마지막 나무이야기는 강남, 도심 속에 위치한 선릉에서 11월 7일(토)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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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2015.10.26

일요일 혼자 다시 창경궁을 찾았습니다. 선인문 앞 회화나무 앞에서 권력의 비정함, 여인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오래 서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박상진 교수님과 궁귈숲을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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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2015.10.26

일요일 혼자 다시 창경궁을 찾았습니다. 선인문 앞 회화나무 앞에서 권력의 비정함, 여인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오래 서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박상진 교수님과 궁귈숲을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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