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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행] 함께 걷는 옛길, 문경새재에서 회원님들과 주소복사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던 9월 5일. 생명의숲 회원님들과 문경새재 옛길로 숲기행을 떠났습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관광지 100선 중 1위에 손꼽힐 정도로 이미 많이 알려진 관광지인 문경새재.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옛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 주실 지역 해설사와 함께 옛길과 문경새재의 이야기로 깊게 들어가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자동차로 두시간 남짓 걸리는 문경. 옛날엔 부산(동래)과 서울(한양)을 잇는 가장 짧은 길로, 걸어서 1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해요. 백두대간 마루를 넘는 이 고개는 조선시대 영남과 기호 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중심으로 사회, 경제, 문화 등 문물의 교류지이자 국방상의 요충지였습니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은 추풍령, 죽령, 문경새재 3개의 길이 있는데, \'추풍낙엽 같은 추풍령과 죽죽 미끄러진다는 죽령,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새재\'의 속설 때문에 과거시험을 치르러 가는 선비들에게 문경새재 길이 특히 더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새재’라는 말에는 새(鳥)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라는 뜻 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팔도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리며, 한양 과거길을 오르내리던 선비들의 청운의 꿈, 민초들의 삶과 땀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도착해 점심식사로 문경의 전통음식이라하는 새재묵조밥을 맛보았습니다. 청포묵 또는 도토리묵에 조밥을 비벼 각종 발효 나물과 구수한 된장찌개를 곁들인 맛이 일품이었어요. 어린이들도 반찬투정없이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모습에 ‘역시 밖에 나와서 먹는 밥은 무엇이든 맛있는 걸까?’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식사를 마치고 옛길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옛길에 특화된 박물관.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옛지도를 통해 옛길의 모습을 바라보고, 과거시험길에 오른 선비들과 보부상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침반, 좁쌀책, 도시락, 그 시절의 단어장 등 괴나리봇짐 속 이야기들을 들춰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오래된 길이라고 하는 천년전 보부상이 오갔던 길. ‘토끼비리’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왕건이 행군 중 길이 막혔는데 토끼 한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길을 만들었다고 해요.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날 정도의 매우 가파른 낭떠러지 길인데, 짚신으로 닳고 닳아 바위들이 대리석만큼이나 맨질맨질한 곳이지요.

옛길박물관을 마무리 하고 본격적으로 문경새재 숲길을 걷습니다. 제1관문을 들어서는데 지역 어르신들의 사물놀이가 한창입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물놀이의 가락이 흥겹습니다.

그동안 날이 가물어서인지 계곡물이 풍부하진 않았지만, 길과 함께 하는 계곡이 시원함을 더하고 중간중간 만나는 아기자기한 폭포들이 반갑습니다.

기름을 짜는 기름틀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지름틀바우(경상도 지방 사투리)를 만났습니다. 사실 제 눈에는 악어를 더 닮아 보이는데,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은 악어에 한표를 더 주셨답니다.

올라가다 보니 이제는 돌담만이 남아 있는 조령원터를 만납니다. 조령원은 영화촬영을 위해 복원해 놓았다고 하네요. 날이 저물어 새재를 넘지 못한 나그네들이 하룻밤 쉬었다 가는 곳입니다.

조금더 걷다보니 아름드리 소나무와 함께 용추폭포의 절경앞에 자리잡은 교귀정이 나타납니다. 경상도 신구 관찰사가 관인을 인수인계 하던 곳이라고 해요. 떠나는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길목.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이곳에선 실제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창하게 인계식을 진행하던 곳이었고 요즘도 재현행사가 정기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교귀정 아름드리 소나무를 반대편에서 내려다 보면 나뭇가지가 마치 한마리 봉황이 앉아 있는 듯 보입니다. 봉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려했지만, 봉황은 착한사람 눈에만 보일 것 같다는 건 안비밀~

일제말기에 자원이 부족한 일본군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자국이 문경새재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긴세월을 이곳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칼날에 상처입어가며, 또 스스로 상처를 보듬어가며 살아온 이 소나무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합니다.

1관문에서 3km, 걷다 걷다 보니 어느새 2관문 조곡관입니다. 좌우의 계곡이 좁아지면서 기암절벽과 송림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조곡관. 임진왜란 이후 새재길 중 가장 험준한 이곳에 관문을 설치하여 문경새재 3개의 관문 중에서 가장 먼저 축조되었다고 합니다.

함께 걷는 옛길, 문경새재.
아빠와 아들이 함께, 엄마와 아들이 함께, 친구들과 함께, 부부가 함께, 세모녀가 함께, 쌍둥이도 함께,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가 함께, 그리고 지역을 사랑하는 해설사가 함께 한 문경새재 숲기행이었습니다.



2관문에서 하행길은 자유시간으로 2015년의 마지막 계곡물을 즐기시길 바랐지만, 2관문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비오는 숲길을 걷는 것도 나름의 추억이 남겨지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문의 : 참여의숲팀 02-499-6198]

※ 본 프로그램은 (재)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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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2015.09.12

문경새재 황토길 다시 걷고 싶어지네요^^~
비오는 하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나무냄새 황토의 촉감 빗소리 안개...
생명의 숲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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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2015.09.12

비오는 황토길, 맨발..... 엄청 좋았습니다^^
최은숙씨 덕분에 또 다른 추억도 있었네요.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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