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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가 키워낸 숲, 변산반도 숲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주소복사

전라북도 한반도의 남서부 해안을 끼고 있는 변산반도, 지난 주말 16일(토)~17일(일) 생명의숲에서는 회원님들과 함께 1박2일 숲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숲기행은 박상진 교수님과 함께 천년 고찰 선운사와 변산반도를 답사했는데요. 남해안과 섬지방에 자라는 난대식물과 내륙지방의 온대식물이 경계를 이루는 중요한 곳으로 다양한 식물이 자라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일부 난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북단지역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여행에 생명의숲 공동대표이신 마상규 대표님과 (사)세계녹화연합 허남주 회장님께서 동행해 주셨습니다. 세분은 대학교 동기 동창으로 50년이 넘은 우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박상진 교수님이 동행해 주신 이번 숲기행에서는 순수 식물학적인 내용을 넘어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문화가 얽힌 나무이야기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이른 아침 7시30분 잠실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11시30분쯤 첫 번째 여행지, 고창군 수동리에 있는 팽나무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수동리 팽나무가 서있는 곳은 억센 서해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넓은 갯벌이 펼쳐 있던 곳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간척사업이 이루어져 지금은 경작지가 되었으나 옛날에는 수동리 팽나무가 있었던 곳은 바닷물이 바로 나무 아래까지 들어왔던 곳으로 팽나무가 배를 묶어두는 계선주의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밧줄에 묶인 배들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나무껍질을 긁어내어 상처가 생기고 딱지가 앉은 아픔을 수백 년 반복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나무 밑동이 꼬이고 비틀리며 울룩불룩한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비록 한 그루의 팽나무였지만 40명의 인원이 팽나무의 그늘에 족히 앉아 팽나무가 인간에게 주었던 긴세월의 고마음과 그 넉넉한 품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나뭇가지로 흘러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 풀내음은 도시에 찌들었던 우리 일행의 마음을 맑게 해주었습니다.

점심은 일반 게장과 다른 독특하면서 감칠맛 도는 참게장 정식으로 구수한 청국장과 함께 먹었습니다.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맛에 회원님들은 즐거워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서 이동한 곳은 백제때 창건된 천년 고찰 선운사로 천연기념물 송악으로 시작하여 우람한 느티나무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호위하는 숲 길을 지나 대웅전을 병풍처럼 감싸며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 숲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선운사가 자리한 도솔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불리는데 아름드리 거목들이 가득한 고찰이었습니다.

박상진 교수님은 개울가 작은 절벽의 아래쪽을 뿌리를 박고 절벽에 붙어 뒤덮은 늘 푸른 덩굴나무 송악의 해설로 시작하셨습니다. 공기 뿌리의 한 종류인 부착근을 내밀어 자신의 몸을 붙여가면서 큰 나무나 바위 등을 타고 올라가는데, 이곳 송악은 자연 상태에서 육지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입니다. 굵기나 나무길이와 나이를 비롯한 모두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곡을 앞에두고 먼거리에서, 그리고 계곡을 건너 가까이에서 천연기념물 367호에 해당하는 송악의 위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대웅전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것 같은 이팝나무도 보았습니다. 

서정주의 시와 신석정의 시, 이미자의 노래까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동백꽃이 선운사에는 3천여 그루가 단지를 이루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숲은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절과 가까이 빽빽한 숲이 연속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아 사람의 손으로 일부러 심었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 성종때 산불을 막을 목적으로 심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는 동백숲까지 교수님의 현장 강의를 듣고 1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연등으로 곱게 치장한 사찰은 천년 고찰다운 웅장함과 풍미가 넘쳤으나 천년의 시간을 지낸 사찰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약간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선운사에서 1시간을 달려 드디어 변산반도에 들어섰습니다. 부안에서 첫 번째 답사장소인 내소사로 향했습니다. 내소사도 백제 무왕때 창건된 천년 고찰로 단청이 없어 더욱 자연스러운 고찰 분위기를 자아내었습니다.

내소사에는 수령이 약 5백년이 되는 할아버지 느티와 할머니 느티가 있으며 울창한 전나무숲길을 지나 내소사에 이르면 봉래루 앞마당에 하늘을 찌를 듯한 수령 300여년으로 추정되는 거목 “보리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박상진 교수님께서는 인도의 진짜 보리수와 염주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열매를 맺어 우리나라의 불교신자에게 불리는 보리수 나무, 그리고 실제 빨갛고 작은 열매를 맺는 보리수 등 세가지의 보리수 나무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원래 전나무는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의 고산지대에 원시림을 이루는 나무인데, 내소사와 같이 남한의 오래된 사찰 입구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전나무숲은 길고 곧은 목재를 얻을 수 있어 사찰 중창을 하거나 새로 지을 때 기둥으로 쓰기 위하여 일부러 심은 흔적이라고 합니다. 내소사 입구의 전나무 향기 그윽한 숲길은 ‘제7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오늘 마지막 답사지인 호랑가시나무 군락지를 방문하였습니다. 호랑가시나무는 원래 난대와 아열대를 좋아하는 나무인데 여기 변산반도가 자람 북쪽 한계선이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인정받았습니다.
긴 오각형에서 육각형의 모양으로 두툼한 두께에 모서리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발달하여 있어 호랑이 발톱에 비유하여 이름이 호랑가시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호랑가시나무숲에서는 시원한 숲내음이 불어와 하루 동안의 여행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듯 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하루 묵은 곳은 광전자 연수원으로, 서해안의 아름다운 갯벌 해변과 바로 인접한 바닷가에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해질녁이라 일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일행들과 방배정을 받아 짐을 푼 후에 저녁시간까지 짬을 내어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진 해변은 살아있는 바다의 생태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붉게 물든 바다위로 떨어지는 해와 물씬 풍기는 바다 내음, 파도소리와 함께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 살아있는 갯벌에서 우리는 신나게 뛰놀았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회원님들은 각자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거닐며 산책을 하였습니다.
아쉬움에 다음 답사지를 행해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날 첫 번째 찾아간 곳은 후박나무 군락지, 채석강과 조금 떨어져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적벽강 바다 한쪽 절벽에 후박나무 13그루가 겨우 살아남아 천연기념물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어부림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이 숲은 1930년경에는 230그루의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하는데 현재는 13그루 뿐인 후박나무숲이였지만 웅장한 모습의 거목 후박나무는 지금의 위상으로도 충분히 자연문화재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후박나무는 자기네들끼리만 떼거리를 이루는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것이 아니고 사이사이에 다른 나무들을 끼워 넣을 줄도 아는 이타적인 유전자를 소유하여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을을 나타낼 때 쓰는 ‘후박하다’에서 이름이 붙여진거 같습니다.

후박나무 군락지 주변에는 부안시에서 조성한 유채꽃밭이 있었는데 유채꽃밭을 지나 적벽강의 험난한 절벽위에 ‘수성당’ 당집이 있었습니다. ‘수성당’의 주인은 어마어마한 큰 키에 서해바다를 휘젓고 풍랑을 다스리며 고깃배를 구해주기도 하는 개양할미입니다. 현재도 어부들은 정월 대보름이면 한 해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수성당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수성당을 지난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적벽강을 잠시 탐방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명승 13호로 지정되어 있는 적벽강은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으로 중국의 적병강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여기서 다같이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또한 적벽강과 함께 변산해변의 절경을 빚어내고 있는 바위와 절벽으로 이루어진 격포해수욕장을 포함한 채석강을 찾아가 자유탐방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사시대에 조성된 암벽층은 화강암과 편마암의 기저층위에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절경으로  이태백이 강에 비친 달을 쫓아 뛰어들었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한 아름다음을 지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점심은 부안의 먹거리 특산물인 바지락죽을 먹었습니다. 내변산 자락에 있는 부안댐의 초입에 위치한 변산일품이라는 식당에서 먹은 바지락죽은 식당 이름처럼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쫄깃쫄깃한 바지락조개살의 맛과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은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속전체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미선나무는 부안과 영동, 괴산에만 자생지가 있습니다. 궁중에서 사용한 부채를 닮았다고 하여 미선나무라 불립니다. 일제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자생식물을 조사할 때 처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부안 중계리 부안댐에 있는 미선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37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미선나무 자생지를 살펴보고 부안댐 전망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매창공원입니다. 매창공원은 부안군에서 매창의 시를 모으고 가묘를 만들어 매창을 그리는 공원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조선 중기 시인이었던 매창은 황진이와 함께 조선의 대표기생으로 시문에 능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고 합니다. 공원의 모습은 일반 주택가에 있는 사공원과 별반 차이가 없으나 매창의 시문을 적은 비가 이곳저곳에 조성되어 공원의 의미를 더해 주고 있었습니다. 박상진 교수님께서는 직접 매창의 시를 읊어주기도 하셨습니다.^^

숲기행 1박2일 동안 산과 바다가 키워낸 숲에서 보내는 동안 도시생활의 고달픔과 시름을 덜어내고 새로운 숲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박상진 교수님의 현장 안내와 나무 이야기를 통해 식물학적인 이야기를 넘어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문화가 얽힌 나무이야기는 단순히 한 종 나무, 식물 군락지가 아닌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고된 일정을 소화해 내며 열정으로 현장 강의와 안내를 해주신 박상진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함께 동행해 주셔서 유쾌한 유모와 재치로 숲기행에 맛을 더해주신, 박상진 교수님과 55년 지기 친구 마상규 공동대표님과 허남주 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세분의 건강과 우정을 기원합니다~

* 관련 문의 : 공존의숲팀 02-499-6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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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2015.05.27

다시 생각나네요~ 정말 좋았습니다. 변산반도가 식물학적으로 어떤 위치인지도 처음 알았고,갯벌과는 또 다른 의미의 소중함도 알았습니다. 박식한 해설과 다양한 곳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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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2015.05.27

안녕하세요? 후기를 보면서 다녀온 숲기행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연의 힘과 나무를 보며 복잡한 도시를 잊을 수 있었던 힐링의 시간이었으며 서울가기 싫다고 하시던 분의 말씀에 공감을 했습니다. 좋은 시간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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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 2015.06.01

변산은 정말 아름답고 독특한 곳인 것 같아요.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니 보람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생명의숲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숲을 만나는 시간에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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