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숲과 야생동물, 그리고 인간의 공존에 대하여 주소복사

요즘 환경과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자주 ‘공존’이라는 워딩을 사용한다. 기후변화속 지구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 식물, 그 외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것, 그리고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공존’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서로 돕고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공존을 조금 다르게 정의해보고자 한다. 작성자는 공존을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서식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상태’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화천 대상지에서 숲을 조성하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작업 중 활동대상지에 야생동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산양, 그리고 노루와 고라니가 화천 대상지에 찾아왔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를 찾아왔다’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들의 입장이라면 우리가 그들의 서식지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정해져있지 않다. 우리를 찾아왔을 수도 있고, 우리가 그들의 서식지에 들어간 것일수도 있다. 어쩌면 두 가정 모두 해당할 수도 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적 논의는 다양하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사냥, 동물학대, 가축형 농장과 같은 문제는 비교적 자주 이야기된다. 그러나 야생동물과의 공존, 특히 야생동물이 숲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재 야생동물 생태계를 둘러싼 논의 역시 로드킬이나 사냥에 대한 비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또한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서식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숲을 조성하고 가꾸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직접 현장에서 활동을 해보니 더욱 절감하는 것 같다.

생명의숲은 ‘탄소중립의 숲’이라는 큰 방향 아래, 화천에서 숲 조성 및 관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화천 대상지는 면적 6.5ha로, 주 생육수종인 신갈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활엽수의 평균 직경(나무 줄기의 지름을 의미함)이 수령에 비해 작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수종갱신을 통한 산림경영사업의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수종갱신은 기존에 자라고 있던 신갈나무 등 활엽수종을 정리하고, 탄소흡수량이 높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는 수종을 식재하여 장기적으로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이에 따라 화천 대상지에서는 벌채를 진행하였고, 벌채 이후 소나무와 활엽수종인 물푸레나무, 자작나무를 중심으로 식재하였다.

왼) 섭식피해가 없는 소나무 묘목 / 오) 섭식피해가 있는 소나무 묘목

사람들이 오기 전, 산양과 고라니, 노루와 같은 야생동물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살아가던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생명의숲에서 조림한 어린 소나무 묘목의 초두부를 야생동물이 먹기 시작하면서 섭식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야생동물 섭식피해가 발생하는데 있어 먹이부족은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겨울철 한파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먹이 부족으로 인해 야생동물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화천 대상지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어린 소나무 묘목은 야생동물에게 좋은 먹이가 될 수 있다. 반면 물푸레나무와 자작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키가 더 자란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섭식피해가 적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먼저, 소나무 초두부가 손상되었음에도, 피해목에서 새 잎이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였고, 금년 겨울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둘레베기(어린나무 주변만 원형으로 베어내는 방법, 겨울철 묘목들이 동해(凍害)를 줄일 수 있도록 묘목 주변의 풀을 조금 남겨두고 시행함)를 시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소나무 회복가능성을 열어두고 이후 판단해보자는 의견, 정상적인 성장이 어렵기에 재조림을 해야한다는 의견, 인체와 생태계에 무해한 기피제를 뿌려 야생동물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법도 제안되었다. 

먼저 생명의숲은 기피제 사용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피해를 방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생명의숲은 숲을 조성하는 환경단체이자, 다양한 생명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숲을 고민하는 단체다. 어린 소나무 묘목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동물들을 유해한 존재로 규정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는 존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숲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야생동물이기도 하다. 소나무를 먹은 동물의 배설물은 시간이 지나 다시 거름이 된다. 그 거름 위에서 또 다른 풀이 자라고, 작은 생명이 싹을 틔울 수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는 ‘묘목 피해’로 보이는 일이, 숲의 관점에서는 생명의 순환 과정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2026년 봄까지 소나무의 상태를 지켜보고, 그 시점에서 필요한 대응을 다시 한번 논의하기로 했다. 물론 기업의 기부금으로 숲을 조성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잘 자라 숲이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야생동물의 섭식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들이 ‘피해를 주는 동물’ 다시 말해 ‘유해 동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같은 존재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는 유해 동물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멸종위기종이자 숲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결국 소나무 섭식은 우리에게 발생한 피해이면서도, 공존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공존은 모든 생명이 아무런 갈등 없이 함께 살아가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의 삶이 겹치며 발생하는 불편함과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숲을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몇 그루의 나무가 피해를 입었는지, 조림 성공률이 얼마인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숲이 어떤 생명을 불러들이고 어떤 생태계를 회복해가고 있는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분명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결국 인간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숲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일은 단순히 나무의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새와 곤충을 불러들이고, 야생동물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며,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숲을 회복하는 일은 인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그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공존’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때로는 보호가 필요하고, 때로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때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생명의숲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숲과 인간,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시민활동가로서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 



* 댓글은 <성명,비밀번호, 내용 입력 후 '로봇이 아닙니다' 앞 네모를 클릭> 하셔야 등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