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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과 울진, 산불피해지 숲탐방 후기 주소복사

산불이 남긴 상흔을 따라 걸은 이틀

이 여정은 단순한 숲 탐방을 넘어, 2025년 대형 산불로 상처 입은 안동과 울진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고 숲의 고통과 회복을 온몸으로 체감한 '다크 투어'의 기록이다. 잿더미가 된 현장 속에서 우리는 코를 찌르는 불냄새와 불타 죽은 고사목에서 참담함을 느끼는 동시에, 벌채되지 않은 땅에서 움싹을 틔우며 스스로 재생하는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을 목격했다. 인공복원과 자연복원, 생태복원이라는 상이한 접근 방식을 비교하며 인간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했고, "자연복원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1박 2일의 경험을 통해 산불 재난을 '공포'가 아닌 '배움과 희망'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경각심과 함께 숲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한 시민의 관심과 실천을 다짐하고 돌아왔다. 이번 탐방은 재난의 흔적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나누어야 할지,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참가자들과 온전히 경험하고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번 탐방을 준비하며

2025년 봄, 경북 안동, 청송, 영덕을 중심으로 전례 없는 대형 산불의 참상을 경험했다. 2022년 울진, 삼척, 동해의 산불피해보다 훨씬 큰 10만ha넘는(서울시 면적의 1.7배) 막대한 면적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이는 단순한 산림 손실을 넘어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탐방은 산불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숲과 지역사회의 회복 과정을 체험하는 동시에, 산불피해지의 생태적,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번 숲탐방 여정은 '다크 투어(Dark Tour)'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산불 재해의 흔적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슬픔이 있는 곳을 찾아 성찰하는 다크 투어처럼, 참상의 심각성과 복원의 절실함을 시민과 함께 체감하여 산림 보호와 생명의숲 활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함이었다. 기상 악화로 일정이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숲탐방은  '산불이 준 고통에 대한 기억과 복원의 중요성’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행사였다.

사전답사에서 만난 안동과 울진 산불피해 현장

9월 사전답사에서 처음 어담리 산불피해지에 발을 디뎠을 때, 검게 탄 고사목이 줄지어 선 능선과 산자락은 말 그대로 말문을 막았다. 몇 걸음 걷지 않아 발밑으로 바스러진 숯가루가 신발에 달라붙었고, 약한 바람에도 타다 남은 냄새가 공기 속에 묻어나왔다. 오래전 불이 지나갔을 텐데도 숲은 아직 식지 않은 듯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고사목 사이로 다시 살아난 참나무 움싹들이 연둣빛 잎을 흔들 때, 숲이 죽은 자리와 살아나는 자리의 명암이 한눈에 펼쳐졌다.

[안동 산불피해지 벌목 현장]

사전답사는 동선 점검을 넘어 현장이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안동 어담리는 2025년 대형 산불의 강한 열을 고스란히 받은 곳이었고, 피해목을 대규모로 벌채한 구역과 벌채하지 않고 존치한 구역이 뚜렷하게 대비되었다. 고사목 실루엣이 능선을 가득 메운 벌채 미실시 구역은 숲의 참혹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풍경이었고, 벌채한 뒤 조림을 준비하는 구역과 벌채하는 곳에서 들리는 기계톱 소리는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울진 상당리는 또 다른 양상이었다. 2022년 산불 이후 인공복원, 자연복원과 생태복원을 병행하는 복원 방법이 적용되면서 주변 경관은 각기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명의숲의 생태복원 사업지는 피해목을 대부분 존치한 채 자연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일부 조림과 가꾸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안동과 울진, 두 지역을 마주하며 산불의 양상과 복원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탐방에서 어떤 곳에서 어떤 관찰과 설명을 이어가야 할지 자연스레 감이 잡혔다.

[울진 산불피해지 생태복원 현장]

탐방의 아침 – 산불피해지 다크 투어를 떠나다

탐방 당일 아침, 잠실 종합운동장역 8번 출구 앞은 단풍 구경을 떠나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형형색색의 점퍼와 여행가방, 잔잔한 설렘이 흐르는 웃음소리 속에서 우리는 하나둘 도착한 참가자들을 맞았다. 모두 시간을 지켜 도착했고, 7시 30분 정각에 버스 문이 닫히며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에게 떡과 음료가 들어 있는 작은 아침 간식 꾸러미가 건네졌다. 

버스 안에서는 간단한 숲탐방 목적과 일정 소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어떤 참가자는 오래전 산불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울진 산불 당시 이재민 관련 뉴스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이야기했다. 참가자들의 호기심과 긴장 어린 표정 속에서 “산불피해 복원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숲의 상처와 회복을 함께 보러 왔다”는 참가 동기는 이 여정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버스 출발, 인사나누다]

첫 번째 탐방지 – 안동 어담리 산불피해지

현장에서 본 상흔의 풍경

오전 11시 30분, 예약해둔 식당에 도착하여 두부조림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 뒤편과 앞산을 가득 메운 불타버린 나무들은 이곳이 산불피해지임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12시 30분, 어담리 산불피해지 입구 임도에 도착했다. 탐방객을 맞이하는 것은 벌채된 산과 벌채되지 않은 채 고사목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의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코를 찌르는 숯검댕이 냄새와 그 아래에서 씩싹하게 돋아나고 있는 움싹들은 이곳의 상흔을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먼지가 자욱한 임도와 그 주변에 있는 피해목을 운반하는 차량, 대형 칩핑기, 칩을 수송하는 대형 트럭이 복구 현장의 바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동 산불피해지 숲탐방지 입구 황량한 전경]

  

[안동 산불피해지 _ 피해목을 나르는 트럭, 쌓아 놓은 피해목 더미]

함께 나눈 이야기

현장에서 산불의 일반적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산불은 지표화·지중화·수관화 등 유형별로 피해 양상이 다르고, 우리나라에서 산불의 대부분은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전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2025년 봄 영남권을 강타한 대형 산불의 피해 규모가 서울시 면적의 1.7배에 달했다는 설명에서는 모두가 말을 잃었다. 바람이 6m/s만 되어도 확산 속도가 20배 이상 빨라진다는 얘기를 덧붙이자 산불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재난인지 실감하는 표정이 더해졌다.

[안동 산불피해지 해설 _ 산불피해 일반, 안동 산불피해, 복원 방법]

생명의숲이 구상하고 있는 어담리의 복원 방식은 다양한 접근이 혼재한 형태로, 일부 지역은 움싹갱신이 이루어지는 자연복원이 적용될 예정이고, 다른 지역은 ‘적지적수의 수종을 선정하여 인공조림을 진행하는 인공조림복원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원래 식생이었던 부분적으로 참나무 등 활엽수가 섞여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중심의 침엽수림을 대신해서 활엽수림을 조성하는 것은 산불이나 산사태 같은 재해에 강한 숲을 만들기 위함이고, 복원의 흐름이 인공 → 인공+자연 → 인공+자연+생태복원으로 전환된 맥락을 설명하면서, 현재는 점차 생태적 회복력과 생물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피해목 운반차량과 대형 칩핑기, 먼지 가득한 임도, 벌채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의 뚜렷한 대비를 직접 확인하며, 복원의 현실과 한계를 함께 살폈다.

  

[안동 산불피해지 _ 소감을 나누다]

어담리 숲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이렇게 큰 불이었나요?”였다. 능선 전체가 검게 탄 풍경은 말로 듣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다시 숲이 살아날까요?”, “인공복원보다 자연복원이 더 나은가요? 자연복원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지 않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해설자는 매토종자(땅 속에 묻혀 있는 씨앗)와 어린 움싹과 생존한 나무들을 가리키며 숲의 회복력을 이야기했다. 한 참가자는 전쟁 세대를 지나온 부모에게서만 들었던 혼란의 풍경을 이 불탄 산에서 떠올렸다며,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온 산이 붉게 타올랐을 순간 주민들이 얼마나 당황하고 두려웠을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봄에 어머니와 함께 산불 피해지에 식목행사를 다녀온 경험을 떠올리며, 숲의 상처가 결국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했다. 화면으로 보던 산불 장면과 실제 현장의 참혹한 풍경이 겹쳐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충격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는 말도 이어졌다.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탐방에 참여한 한 가족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걷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며, 이곳에 사는 분들은 그 아픔을 얼마나 크게 겪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특히 한순간의 불씨가 2차 피해까지 이어지는 재난의 속성을 직접 듣고 보니 충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함께 온 아들은 그동안 숲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실제 현장을 마주한 뒤 마음이 무겁고, 앞으로는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탐방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안동 산불피해지, 다함께 생명의숲을 외치다]

도산서원 – 불탄 숲에서 사유의 숲으로

도산서원은 청송 주왕산을 대신해 포함시킨 장소였다. 산불로 파괴된 숲과 퇴계 이황의 정신이 깃든 숲을 함께 봄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그리고, 산불로 파괴된 숲과 자연을 사유의 공간으로 삼아온 숲을 함께 보는 것은 재난을 단지 파괴의 이야기로만 기억하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대비였다. 서원에 도착하자 문화관광해설사의 차분하면서도 풍부한 설명이 우리를 맞았다. 서원은 낙동강과 청량산 줄기를 병풍처럼 끼고 자리 잡고 있었고, 단풍은 절정의 색으로 숲을 물들이고 있었다. 해설사는 유교와 성리학의 흐름,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도를 찾고자 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서원 곳곳을 걸을 때마다 과거 서생들이 이 길을 오가며 배움의 열정을 키웠을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진도문 계단 옆 매화나무, 400년 존재해온 왕버들, 도산서당 우측 사면에 퇴계 선생이 직접 가꾸며 찾았다 절우사 숲은 자연 자체가 하나의 교과서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원을 걸으며 우리는 불탄 숲에서의 무거운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고, 자연과 학문이 어우러진 또 다른 숲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도산서원 문화해설을 듣다 _ 공자의 후손 시비 '추로지향(鄒魯之鄕)' 앞에서]


[도산서원 도산서당과 정우당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 그리고 숙박과 아침식사

도산서원을 나와 안동 간고등어정식으로 저녁을 먹은 뒤 울진으로 향했다. 약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동 속에서 참가자들은 창밖 어둠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하루 동안 본 풍경을 되돌아보고 있는 듯했다. 울진에 도착해 숙소에 체크인한 뒤 숙소 유의사항을 공유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은 숙소와 가까운 늘푸른가든에서 뷔페식으로 먹었다. 따뜻한 국과 아침식탁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오늘 만날 울진의 숲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두 번째 탐방지 – 울진 상당리 산불피해 생태복원 사업지

복원의 현장을 걷다

상당리로 향하는 길은 울진 산불의 긴 그림자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2022년 산불은 9일 동안 전국을 뒤흔든 재앙이었고, 당시의 상흔은 능선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피해목을 벌채하지 않고 남겨둔 숲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춘 듯했지만, 살아남은 참나무들과 움싹들은 이미 재난을 털고 일어난 모습이었다. 벌채 후 식재한 구역은 또 다른 방식의 회복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재민들의 임시주택이 간간히 보일 때마다 재난이 남긴 사회적 상처 역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울진 산불피해지 생태복원 사업지 색다른 전경]

[울진 산불피해지 생태복원 사업지 앞의 자연복원 중인 숲]

생태복원사업지 안내판을 지나 가파른 작업로를 오르기 시작하자 피로보다 집중이 앞섰다. 피해목을 그대로 둔 참나무 움싹들은 울진 복원의 핵심적 장면이었다. 죽은 나무가 흙을 붙들고 서식처를 제공하며 새로운 생명에게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모습은 인공복원과는 다른 자연복원이 가진 굳건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사방 곳곳에 설치된 목책과 기슭막이, 최근 베어진 피해목, 곳곳에 식재된 굴참나무·진달래·꼬리진달래 묘목, 코코넛 섬유로 만든 생태거물은 생태복원이 진행 중인 현장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생태복원은 인공복원과는 달리 산불 이전의 생태구조와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긴 호흡의 접근법으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어린 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함께 걸으며 서로 부축해 올라가던 장면은, 복원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연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산불피해 이후 자연발아된 어린 소나무]                      [산불피해 이후 돋아난 참나무 움싹들]

  

[생태복원용 식재 묘목 _ 굴참나무] [생태복원용 식재 묘목 _ 진달래]

[울진 산불피해지 _ 새로 돋아나는 나무와 풀을 유심히 보다]

[울진 산불피해지 해설 _ 피해현황, 생태복원 방법]

능선에 다다른 지점에서 백두야(백두대간 시민 모니터링단) 활동을 함께 하셨던 박노호 선생님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고향의 노래’, 그리고 앵콜곡 ‘내 마음의 강물’. 오래 전 점봉산 곰배령에서 불러주셨던 노래를 회상하며 청해 들은 노래였다. 참가자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산불로 잃어버린 숲과 마을을 기리는 시간, 재난을 겪은 산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산불로 잃어버린 숲과 산, 집과 마을, 야생동물과 돌아가신 지역주민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박노호 참가자님이 '고향의 노래'와 '내 마음의 강물'을 열창하다]

함께 나눈 이야기

울진에서의 해설은 인공복원·자연복원·산림생태복원 세 가지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왜 상당리에서는 생태복원을 택했는지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피해목을 벌채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토양 유실을 막고 자연의 회복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연복원이 어려운 지점에는 적지적수 원칙에 따른 식재와 생태구조물 설치가 병행되었고, 희귀식물의 복원을 위한 식재도 이어지고 있었다. 복원의 목표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재해 저감과 생물다양성 확보라는 점, 그리고 지역사회와 자연이 다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이야기하며 참가자들과 생각을 나눴다.

  

[울진 산불피해지 _ 숲탐방 참가자들과 소감을 나누다]

참가자들의 소감은 서로 달랐지만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화마가 지나간 산의 참혹함 속에서도 자연의 회복력은 놀랍고 감사하다는 이야기, 자연복원만으로 충분한데 인공개입이 되레 상처를 깊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 아이들과 함께 와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는 부모의 고백, 다크투어라는 방식이 오히려 마음의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가도 있었다. 누군가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오늘의 탐방이 앞으로 학생들에게 탄소중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실마리를 주었다고 했다.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회복해낸다는 희망, 그리고 우리가 할 일에 대한 책임감이 조용히 피어오르는 시간이었다.

[울진 산불피해지 숲탐방, 다시 생명의숲을 외치다]

탐방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소감 나눔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두툼한 갈비탕 한 그릇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이틀 동안 함께한 시간의 응축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난의 현장을 보고 난 뒤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자연의 회복력과 사람들의 배려가 서로 맞물린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전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재난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표현이었다.

복원과 희망: 화마가 덮치고 3년이 지난 산을 보며 자연 회복 모습에 감사하고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말하며, 작은 소나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본 참석자는 처음의 참담함 대신 회복에 대한 희망과 기회를 보았다고 고백한다. 산이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 있고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주변에 많이 알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는 다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화마 이후 자연이 어떻게 재생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지 그 단초를 볼 수 있어서 좋았으며, 결국 자연의 힘과 사람의 힘, 모든 노력이 합쳐져 다시 재생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크 투어와 성찰: 오늘 탐방을 슬픔이 있는 곳을 찾아 교육, 체험, 명상, 성찰을 하는 '다크 투어'로 정의하며,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 있지만 마음속은 즐겁게 마무리하기를 바랬고, 제주 다크 투어 경험을 언급하며,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연의 회복력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장을 보고 복원 모습을 관찰하며 내년에 학생들에게 탄소 중립에 대해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줘야겠다는 교육적 성찰을 밝히기도 했다.

인공 개입에 대한 우려: 자연 복원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사람들의 인공 조림이 오히려 산을 파헤쳐 망가뜨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솔직한 의견을 피력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참여와 감사: 실제 탄 나무의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하니 현장감이 있고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으며, 함께한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소회를 전했다. 1박 2일 동안 많이 보고, 배우고, 느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20년 회원 활동 중 처음 참여했으나 오래된 회원이 많아 좋았고, 해설가의 자세한 설명과 박 선생님의 노래가 인상적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 저런 소감을 나누면서 여정의 피로를 푸는 사이 우리를 태운 버스는 서울로 향했다.  

참가자 후기 _ 체험을 통한 배움의 시간

10명 정도의 참가자 설문응답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어는 ‘회복’, ‘감사’, ‘생명의숲’, ‘다크투어’, ‘배움’, ‘연결’이었다. 만족도는 매우 높았으며, ‘재난을 목격하고 배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서술형 답변이 많았다. 특히 안동과 울진 두 현장을 연이어 방문함으로써 산불의 양상과 복원 방식이 지역마다 어떻게 다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고, 숲과 사람, 재난과 복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 재참여 의사가 높았다. 응답자 전원(100%)이 생명의숲의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에필로그 _ 서울 근교 숲탐방을 기약하며

산불피해지는 어떤 곳인가? 이번 탐방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재난을 공포로만 기억하면 그 재난은 쉽게 잊히지만, 배우고 이해하기 위한 여정으로 마주할 때 재난은 우리에게 새로운 책임과 사유를 남긴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산불은 생태적·사회적·정서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 재난이다. 숲은 타버렸지만, 그 숲을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지역사회는 잃은 만큼 복원하고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숲탐방은 그 고통의 공간에서 잠시 머물며,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천천히 되짚어보는 과정이었다. 숲은 혼자서도 회복하지만, 인간의 잘못과 무관심 때문에 파괴되기도 한다. 숲을 찾는 우리가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 여정을 통해 마음 깊이 남았다.

이번 탐방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산불피해 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과 시민들의 높은 참여 의지였다. 참가자 전원이 다음 프로그램 참여 의향을 밝힌 것은 생명의숲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고 본다. 앞으로 서울·경기 근교의 숲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산림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생각해보겠다고 참가자들께 말씀드렸고, 참가자들 모두 기대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 여정에서 가장 오래 남은 한 장면은 벌채된 산 아래에서 피어나는 어린 참나무 맹아들, 그리고 고사목 사이를 걸으며 잿빛 어둠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1박 2일 동안 함께 한 탐방 시간은 산불의 아픔과 복구의 노력을 공유하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불탄 숲에서도 다시 피어나는 생명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숲을 위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다짐은 이 탐방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함께 수고해주신 활동가님들, 소감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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