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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콘텐츠] 04. 가지치기, 아무 때나 아무렇게 해도 될까? 주소복사


가지치기, 아무 때나 아무렇게 해도 될까?

― 수목 생리에 따른 가지치기 적기와 방법

나무가 우는 걸 본 적 있나요?

도시 공원에서 가지치기를 마친 나무 아래, 한 아이가 멈춰 서서 물었습니다.

“엄마, 나무가 울고 있어… 왜 저기서 물이 나와?”

절단된 가지 끝에서 수액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작은 벌레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곁에 있던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그건 가지치기를 여름에 해버려서 그래. 나무가 지금, 많이 아프겠구나.”

이처럼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장면에서 ‘나무의 신호’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신호에 눈과 귀를 기울여 신호를 이해하게 될 때, 우리는 진짜 나무 돌봄의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됩니다.


가지치기 후 수액을 흘리는 나무가지

잘 된 가지치기

잘 못된 가지치기

[사진출처] 사진은 필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가지치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지치기란 무엇이며, 왜 하나요?

가지치기는 단지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조경 행위가 아닙니다. 광합성을 도와주고, 햇빛과 바람이 나뭇잎과 가지 사이로 잘 통하게 하여 병해충 예방, 구조적 안정성 유지, 생장 방향 조절 등의 효과를 줍니다. 그러나 생리적 리듬을 고려하지 않은 가지치기는 오히려 나무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가지치기 시기, 수목 생리에 따라 어떻게 다를까?

겨울은 가장 안전한 시기

가지치기는 보통 나무가 휴면에 들어가는 겨울철(12월~2월)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 시기에는 수액의 흐름이 멈추고 생장 활동이 줄어들어 절단 스트레스가 적고, 상처 회복도 안정적으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활엽수는 이 시기에 가지치기를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수액이 많은 수종은 주의

단풍나무, 자작나무처럼 봄철에 수액이 왕성하게 흐르는 수종은 초봄 가지치기를 피해야 합니다. 절단 부위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면서 에너지 손실과 병해 감염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수종은 수액 활동이 멈춘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가지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엽수는 늦가을~초겨울에

소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는 생장이 느리고 상처 회복이 더딘 편이라, 너무 이른 시기나 한여름 가지치기는 피해야 합니다. 수지가 적절히 굳고 병해를 막을 수 있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가 적기입니다.

회복력이 강한 수종은 생장기에도 가능

버드나무처럼 회복이 빠른 수종은 이른 봄이나 초여름 생장기 초반에도 가지치기가 가능하지만, 절단 부위는 작게 하고 최소한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종 유형

가지치기 가능 시기

주의할 점

활엽수

겨울철(휴면기)

수액이 멈추고 회복 용이

침엽수

늦가을~초겨울

상처 회복 느려 과도한 절단 금지

수액 많이 흐르는 수종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

늦가을 또는 초겨울

봄철 가지치기 금지

(수액 손실 위험)

회복력 강한 수종

(버드나무 등)

이른 봄~초여름

제한적으로 가능하나 조심 필요

가지치기 방법: 도구와 절단 위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지치기를 할 때는 단순히 가지를 ‘자르는 것’보다 어떻게, 어디를, 무엇으로 자르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나무의 회복력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먼저, 도구는 날카롭고 깨끗해야 해요

절단면이 매끄럽게 잘리도록 날이 선 전정 가위나 톱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도구가 무디면 가지가 찢기거나 상처 부위가 넓어져, 나무가 스스로 상처를 막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감염 위험도 높아집니다. 작업 전과 후에는 반드시 전정 도구를 소독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병원균이 나무 사이를 오염시키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절단 위치는 ‘지융’을 기억하세요

가지와 줄기 사이에 볼록하게 솟은 부분을 지융(branch collar, 枝瘤)이라고 부릅니다. 이 부위는 나무가 상처를 스스로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복 조직이 집중된 곳입니다. 이 지융을 남긴 채 자르는 것이 가지치기의 핵심입니다. 너무 줄기에 밀착해 자르면 이 회복 조직이 손상돼 상처가 아물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너무 바깥쪽에서 자르면 잘린 가지 끝이 죽은 조직으로 남아 부패가 시작됩니다.

굵은 가지는 ‘3단 절단법’으로 안전하게

가지가 굵을 경우, 무게 때문에 자르는 도중 가지가 찢기거나 줄기껍질까지 벗겨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단계 절단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1. 먼저 가지 아래쪽을 살짝 잘라 절단 시작점을 만듭니다.

  2. 이어서 위쪽에서 본격적으로 잘라내 가지가 떨어지게 합니다.

  3. 마지막으로 지융을 따라 깨끗하게 마무리 절단합니다.



그림. 3단 가지치기 방법(출처 : RUSSELL TREE EXPERTS)

이렇게 하면 가지가 찢어지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절단면도 작고 매끄럽게 유지됩니다.
또한 절단면은 약간 비스듬하게 자르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고이지 않고, 상처가 곰팡이나 세균에 덜 노출됩니다.

이처럼 가지치기는 단순한 ‘절단’이 아니라, 수목 생리를 고려한 정교한 외과적 작업에 가깝습니다. 도구의 상태, 절단 위치, 절단 방식까지 모두 과학적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심화: 가지치기를 잘못하면 생기는 과학적 결과

시기를 잘못 택했을 때의 생리적·병리적 결과

수액 누출
봄철은 나무가 본격적인 생장을 시작하며 수액의 상향 이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입니다. 이때 가지를 자르면, 절단면을 통해 수액(xylem sap)이 외부로 분출되듯 흘러나옵니다.
이는 나무가 광합성 산물과 양분을 새싹과 잎에 공급하기 위해 물관(xylem)을 통해 강하게 수분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액 손실은 조직 내 수분 균형을 무너뜨리고,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병해충 감염
절단된 부위는 일종의 '개방된 조직'으로, 상처 부위가 장시간 노출되면 병원성 미생물(세균, 곰팡이 포자)이나 해충의 침입 경로가 됩니다. 특히 봄과 여름철처럼 병원균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감염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병해 감염은 형성층(cambium) 손상으로 이어져, 목재 조직까지 부패시키는 '부후(fungal decay)'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회복력 저하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수분 손실이 큰 환경으로, 나무가 상처 회복에 필요한 수분을 절단 부위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캘러스 조직(callus tissue)의 형성이 지연되고, 상처 봉합이 느려집니다.
또한 고온은 병원성 곰팡이의 번식을 촉진해 부패 가능성도 함께 증가시킵니다.

방법을 잘못 택했을 때의 생리적·구조적 영향

부패 유발
가지목깃(branch collar)은 줄기와 가지가 만나는 부위로, 나무가 상처를 스스로 차단하고 캘러스를 형성해 회복하는 핵심 조직입니다. 가지목깃을 제거하거나 손상시키면, 회복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절단면이 오랫동안 노출됩니다.
이때 CODIT 이론(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에 따른 자연 방어작용이 실패하게 되어, 내부까지 병원균이 침투합니다.

생장 방향 왜곡
무분별한 절단으로 생장점(apical meristem)을 제거하면, 주변 가지들이 불균형하게 자라게 됩니다. 이는 수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구조적으로 약한 나무로 성장하게 만들며, 바람이나 눈에 의한 피해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목재 내부 손상
절단 부위를 잘못 자르면 껍질이 찢기거나, 수피 아래 형성층까지 손상되어 목재 내부에 부패균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내부 조직이 썩는 ‘속썩음병(heart rot)’으로 진행되며, 외관상 건강해 보이는 나무가 내부부터 고사하게 됩니다.

광합성 능력 저하
한 번에 너무 많은 가지를 잘라내면 잎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잎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동화물을 생산하는 기관이므로, 잎 면적이 줄면 곧 나무의 에너지 생산력이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전체 생장 속도가 둔화되고, 회복 에너지도 부족해져 장기적으로 나무의 건강이 약화됩니다.

이처럼 가지치기는 단순한 정비 작업이 아니라, 수목 생리와 병리, 구조 생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과학적 행위입니다. 시기와 방법 모두를 정교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되려 나무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가지치기는 관리가 아니라, 회복을 돕는 일입니다.”

가지치기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가지를 잘라내는 ‘정비’가 아닙니다.
그 본질은 나무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더 오래 살아가도록 돕는 ‘치유 행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무의 생리 리듬—즉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장 주기와 회복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가지치기는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키고, 병해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무도 고유의 시간표를 지닌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이 리듬에 귀 기울이고, 시기와 수종에 맞춰 신중히 가지치기를 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숲을 만드는 과학적 시민 실천의 첫 걸음입니다.

요약 메시지로 한 줄로 표현하자면:

“가지를 자르기 전에 먼저 나무의 몸 상태와 계절(시기)을 생각하세요.”

자르기 전에, 나무의 몸 상태와 계절을 이해해야 해요

나무는 사람처럼 말로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의 흐름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리듬을 따라 움직입니다.
잎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다시 휴식에 들어가는 그 모든 주기는
나무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나무의 ‘몸 상태’와 ‘계절’**을 살펴야 합니다.
지금 이 나무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시기인지, 회복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때인지
조금만 더 살펴보면, 나무는 훨씬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리듬을 무시하고,
그저 보기 좋게 하려고 혹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지를 자른다면
그건 나무에게 ‘관리를 해준 것’이 아니라
‘상처를 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나무 앞에서 가위를 들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가지를 잘라도 괜찮을까?”

이 한 번의 질문이
숲을 더 건강하게,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게 하는 시작이 됩니다.

시민이 기억할 5가지 포인트

가지치기는 겨울, 나무가 쉬고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나무도 계절에 따라 활동량이 달라집니다. 겨울철,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는 나무가 휴면기에 들어가는 시기예요. 이때는 생장이 멈춰 있어 상처를 덜 받고, 수액 흐름도 잦아들어 가지치기를 해도 부담이 적어요.

봄에는 가지를 자르지 말고 그냥 두세요
봄은 나무가 새싹을 틔우고 수액을 끌어올리느라 한창 바쁜 시기입니다. 이때 가지를 자르면 절단면에서 수액이 줄줄 흐르기도 하고, 그 상처가 병균이나 곰팡이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요. 봄에는 나무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돌봄입니다.

‘가지목깃(지융)’은 꼭 남겨주세요
가지와 줄기 사이에 약간 불룩하게 솟아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것이 ‘가지목깃’이에요. 나무는 이 부분을 이용해 상처를 스스로 막고 회복하거든요. 가지를 자를 땐 이 부분을 잘 보존해주는 게 나무가 아물기 쉽게 도와주는 방법이에요.

굵은 가지는 한 번에 자르지 말고, 세 번에 나눠서 잘라야 해요
두꺼운 가지는 무게가 있어서 그냥 한 번에 자르면 껍질이 찢어지기 쉽고, 상처도 커져요. 그래서 먼저 아래쪽을 살짝 자르고, 그다음 위쪽에서 잘라 떨어뜨린 뒤, 마지막으로 가지목깃을 따라 마무리 자르는 ‘3단 절단법’을 꼭 기억해 주세요.

한 번에 너무 많이 자르면 나무가 힘들어져요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에 스트레스가 생겨요. 특히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가지를 자르면 잎이 줄어들어 광합성이 어려워지고,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해요. 전체 가지의 4분의 1 이상은 한 번에 자르지 않는 것, 이건 나무를 위한 기본 배려예요.

보너스: 잘못된 가지치기, 이렇게 드러납니다

생활 속 잘못된 사례

여름철 단풍나무 가지치기 → 수액 흐름 멈추지 않음 → 곰팡이 번식
단풍나무는 봄철과 여름철에 수액의 상승 흐름이 매우 활발한 수종입니다. 이 시기에 가지를 자르면 절단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이 수액을 매개로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쉽습니다. 수액이 멈추지 않으면 에너지 손실도 크고, 상처 회복도 더뎌집니다. 결국 절단 부위가 곰팡이에 감염되거나, 줄기 부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정 톱을 소독하지 않고 사용 → 한 나무에서 옮은 병이 다른 나무로 전염
전정 작업 시 도구를 소독하지 않으면, 병든 나무에서 건강한 나무로 병원체가 쉽게 옮겨갑니다. 특히 궤양병, 수피병, 세균성 암 등은 상처 부위를 통해 전염되기 쉬운 병이며, 도구는 가장 빠른 전염 매개체가 됩니다. 이처럼 ‘관리’하려다 되레 전체 수목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가지를 한꺼번에 절반 이상 자름 → 스트레스로 고사
가지치기를 한 번에 너무 많이 하면, 잎의 수가 급감하면서 광합성 능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곧 나무의 탄소 수지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회복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한 나무는 생장을 멈추거나 서서히 고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수관의 25% 이상을 한 번에 자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실천 팁

2~3년에 나눠 가지치기하면 나무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요
가지치기를 나눠서 하면 나무가 상처를 천천히,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노목(老木)일수록 회복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가지를 제거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처 부위에 페인트나 밀봉제를 바르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때는 절단 부위에 ‘수피 보호제’나 ‘전정 도료’를 바르는 것이 상처를 막아준다고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물질이 오히려 수분을 가두고, 내부에서 부패를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무는 스스로 ‘컴파트멘트화(CODIT)’를 통해 회복하려는 생리적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위적인 밀봉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사전 점검을 하면 훨씬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수종에 따른 적정 절단 시기, 가지 위치, 전체 수형 관리 등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특히 병해나 구조적 불균형이 있는 나무는 가지치기 자체가 더 신중해야 하며, 전문가의 판단을 통해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가 전정 전에는 반드시 관할 지자체나 수목 관리 전문가에게 문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가지치기는 "단순한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무의 생리·구조·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과학적 행위입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나무 전체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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