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곤충, 좋은 벌레인가요? 나쁜 벌레인가요?”
— 곤충의 이름 뒤에 숨은 생태계와 인간 관계의 진실
안녕하세요! 나무와 숲, 그리고 그 속의 작은 생명까지 사랑하는 생명의숲 활동가 ‘숲더지’입니다.
오늘 주제는 나무와 숲에 사는 곤충 이야기예요. 우리가 숲에서 만나는 곤충들, 정말 해로운 존재일까요? 익충과 해충의 구분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나눈 그 구분이 실제 숲과 나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부터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곤충은 숲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낙엽과 사체를 분해해 양분을 돌려주는 분해자,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매개자, 개체 수를 조절하는 천적, 새·양서류·포유류의 먹이원 등 다층적인 역할을 맡고 있죠.
이 글에서는 곤충의 이런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왜 공존이 숲의 건강과 회복력을 위해 필요한지? 나아가 우리의 생활 방식과 어떤 연결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나무와 숲에는 어떤 곤충들이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나무와 숲은 곤충에게 하나의 거대한 집이자 식탁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만 보더라도 잎, 줄기, 껍질, 꽃, 열매, 뿌리 등 다양한 부위가 곤충들의 서식처로 쓰입니다. 나무껍질과 목질부 속에서는 하늘소나 나무좀 같은 딱정벌레류와 나방류 애벌레가 통로를 뚫으며 살아갑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처럼 병해를 매개하기도 합니다.
잎과 줄기 위에는 진딧물, 깍지벌레 같은 흡즙성 곤충이 자리잡아 잎의 체관 수액을 빨아먹으며, 매미나방이나 솔나방 애벌레처럼 잎 조직을 갉아먹는 곤충들도 있습니다. 꽃과 열매를 찾는 곤충들은 조금 다릅니다. 꿀벌, 뒤영벌, 나비 같은 수분 매개자는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지만, 꽃매미나 일부 딱정벌레 애벌레처럼 꽃봉오리나 열매를 해치는 종도 있습니다.
뿌리와 토양 속 역시 곤충들의 중요한 공간입니다. 땅강아지나 풍뎅이류 유충처럼 뿌리를 갉아 영양 흡수를 방해하는 해충도 있지만, 거저리과 곤충이나 쇠똥구리처럼 낙엽, 고사목, 동물 사체를 분해해 토양에 양분을 돌려주는 분해자도 많습니다.
이 가운데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거나 기생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천적 곤충들도 있습니다. 무당벌레, 사마귀, 기생말벌 같은 곤충들은 해충의 번성을 억제하며 숲의 균형을 지킵니다.
이처럼 나무와 숲은 다양한 곤충들이 함께 살아가는 복합적인 생태 공간입니다. 해충이든 익충이든, 그들은 모두 먹이망과 물질 순환의 한 축을 담당하며 숲 생태계의 건강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곤충을 왜 ‘익충’과 ‘해충’으로 나눌까요?
사람들이 곤충을 ‘익충’과 ‘해충’으로 나누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용어의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곤충은 절지동물문 곤충강에 속하는 생물로,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생물 그룹으로, 현재까지 약 100만 종이 기록되었고 실제로는 55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 9천여 종이 보고되어 전체 자생 생물종의 35%를 차지하며, 딱정벌레목 · 나비목 · 벌목 · 노린재목이 특히 다양합니다. 이들은 숲과 나무, 토양과 습지, 도시 녹지 등에서 분해자·수분 매개자·천적·먹이 공급자 역할을 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곤충은 해충과 익충의 이분법으로 단순히 나눌 수 없는, 지구와 숲의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생태적 일꾼입니다.
이 중에서 ‘익충(益蟲, beneficial insect)’은 인간의 생활·경제·생태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곤충을, ‘해충(害蟲, pest)’은 그 반대로 인간의 생활·경제·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곤충을 가리킵니다. 그러나’익충’과 ‘해충’이라는 명칭은 과학적 분류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가치 판단에 따른 인문사회학적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바퀴벌레, 진딧물, 송충이, 집파리 등은 피해를 준다고 하여 해충으로 불리지만, 동일한 종이라도 다른 환경이나 생태적 맥락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송충이는 소나무 잎을 갉아먹어 나무를 키우는 산주에게 피해를 주지만, 조류에게는 번식기에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중요한 먹이입니다. 곤충의 가치는 결국 ‘누구에게, 어떤 조건에서’에 따라 달라지며, 이분법적 구분만으로는 그 생태적 의미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심화: 해충도 생태계의 일원이에요
나무와 숲에 해를 끼치는 곤충들
나무와 숲에 서식하는 곤충 가운데 일부는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거나, 산림의 건강과 경관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해충’으로 불리며, 피해 양상과 영향 범위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잎과 줄기를 갉아먹거나 흡즙하는 곤충입니다. 솔잎혹파리(Thecodiplosis japonensis)는 소나무류의 잎 속에 알을 낳고 유충이 솔잎의 수액을 빨아 먹어 잎의 생장을 방해하고, 광합성 능력을 떨어뜨려 수세를 급격히 약화시킵니다. 미국흰불나방(Hyphantria cunea)은 활엽수의 잎을 무더기로 갉아먹어 가지 끝부터 나무 전체를 잎사귀 없는 앙상한 상태로 만들며, 반복 피해 시 고사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매미나방(Lymantria dispar)은 산림뿐 아니라 도심 가로수까지 가리지 않고 피해를 주어 조경수의 경관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또한 조경과 도시 숲에도 피해를 주는 곤충들이 존재합니다. 참나무시들음병을 옮기는 광릉긴나무좀(Platypus koryoensis)은 참나무류의 집단 고사를 유발해, 도시 경관과 생물다양성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피해는 단순히 나무 한 그루의 문제가 아니라, 숲 전체의 탄소흡수 능력, 토양 보전 기능, 경관 가치까지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결국 나무와 숲에 해를 끼치는 곤충들은 생태계 일부이면서도, 특정 조건에서는 산림의 건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종의 생태와 확산 경로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방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충이 된 숲 속 곤충, 인간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어요
숲 속 곤충이 특정 시점부터 ‘해충’으로 불리게 되는 배경에는 대체로 인간의 활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곤충의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피해 규모가 확대되는 현상은 자연 상태에서 보기 드물지만, 인위적 환경 변화가 이를 촉진합니다.
먼저 도시화와 서식지 단순화가 문제입니다. 콘크리트 건물과 인공조경, 하천 직강화 등은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복합 서식지를 단순화시켜 천적의 서식 공간을 줄입니다. 이로 인해 일부 곤충은 천적 압력을 덜 받고,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누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선녀벌레(Lycorma delicatula)는 북미가 원산지지만 한국에 유입된 뒤 천적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급격히 확산했습니다. 이 곤충은 포도나무, 사과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목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생육을 저해합니다. 특히 배설물인 감로가 잎과 줄기에 쌓이면 곰팡이가 번식해 그을음병이 발생하고, 과수 품질과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온난화된 기후와 단일 수종 위주의 인위적 숲 구조가 겹치면서,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대표적인 외래 해충 사례입니다.
다음은 단일 수종 조림입니다. 단일 수종을 대규모로 심으면 곤충에게는 사실상 무한한 먹이원이 제공됩니다. 그 결과 특정 해충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피해가 단기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됩니다.예를 들어 솔잎혹파리는 소나무 잎을 집중적으로 가해 고사를 유발하고,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재선충병을 매개해 숲 전체를 위협합니다. 이처럼 단일 조림은 숲의 균형과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외래 조경 수종과 식물 도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외래 조경 수종과 식물 도입은 곤충 문제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입니다.외래 수종과 함께 유입된 곤충은 낯선 환경에서 토착 천적의 제어를 받지 못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흰불나방(Hyphantria cunea)입니다. 이 곤충은 1940~50년대 도시 미화와 가로수 조성 목적으로 들여온 포플러·버드나무류와 함께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착 천적이 부재한 탓에 잎을 대량으로 갉아먹으며 가로수와 공원 수목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었고, 피해 범위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외래종 나무와 곤충의 결합은 생태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는 곤충의 해충화를 빠르게 가속하고 있습니다. 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곤충의 월동 생존율이 크게 증가하고, 이에 따라 번식 주기도 짧아져 한 해에 여러 세대를 거듭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솔수염하늘소는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북상 범위가 확대되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선녀벌레는 따뜻한 기후 속에서 산란과 부화가 빨라져 과수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도심 모기의 경우 과거보다 출현 기간이 길어져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연중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곤충의 생태적 균형을 흔들며 해충의 위협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충으로 불리는 숲 속 곤충의 상당수는 인간이 만든 환경 변화의 수혜자이자 산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충 방제의 해법도 단순한 박멸이 아니라, 인간 활동이 만든 생태 조건을 함께 점검하고 조정하는 방향에서 찾아야 합니다.
박멸하면 숲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어요
“해충은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는 단순한 접근은 오히려 숲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는 피해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천적의 동반 사멸이 발생합니다. 살충제는 표적 해충뿐 아니라 이를 먹고 살아가는 무당벌레, 사마귀, 거미, 박쥐, 조류 등 다양한 천적까지 사멸시킵니다. 천적이 사라진 생태계에서는 해충이 다시 급격히 번성하는 ‘2차 해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수분 매개자 감소가 나타납니다. 꿀벌과 나비는 살충제에 특히 민감하며, 개체 수 감소는 식물의 수분과 결실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는 숲의 재생뿐 아니라 농작물 생산량 저하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셋째, 먹이망 붕괴가 일어납니다. 곤충은 수많은 조류, 양서류, 포유류의 주요 먹이원입니다. 곤충이 줄어들면 상위 소비자의 개체 수가 함께 감소하고, 먹이망 전체가 약화되어 생태계의 복원력과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실제 사례로, 일부 도시 공원에서 살충제를 장기간 살포한 결과 꿀벌과 나비의 개체 수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수목의 수분과 결실이 줄어들며 꽃과 열매의 양이 크게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곤충 박멸은 단순한 방제 조치가 아니라, 숲과 도시 녹지의 생태적 기능과 경관적 가치까지 위협하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곤충 다양성은 곧 숲 생태계의 건강입니다
곤충 다양성은 단순히 ‘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넘어, 숲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지탱하는 자연의 보험 장치입니다. 다양한 종이 존재하면 각기 다른 역할이 분산·중첩되어, 특정 해충이 독점적으로 번성하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이는 곤충들 사이의 천적·경쟁자·기생자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작동하는 자연 방제 시스템 덕분입니다. 한 종의 개체 수가 급증하더라도 다른 종이 이를 억제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죠.
또한 숲, 습지, 도시 녹지 등 다양한 서식처를 유지하고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할수록 이러한 생태계의 자율 조절 기능은 더욱 강화됩니다.
결국 해충은 단순히 박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양성과 균형 속에서 조절해야 할 존재입니다. 곤충과의 공존은 숲의 회복력과 지속성을 지키는 생태적 지혜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곤충은 생태계의 식구이자 공존의 파트너
익충과 해충의 구분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생활·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관점입니다. 자연 생태계는 이런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곤충은 먹이망(food web) 속에서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중요한 고리이자, 죽은 유기물을 분해해 양분을 되돌려주는 분해자(decomposer)이며, 다른 곤충이나 해충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천적(natural enemy)로서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자입니다.
즉, 우리가 ‘해충’이라 부르는 종도 어떤 생물에게는 중요한 먹이이고, 특정 시기나 환경에서는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곤충은 생태계의 건강과 회복력을 떠받치는 필수 구성원이며, 그들과의 공존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보너스 1_ 숲 속 곤충과 공존하는 방법
숲과 나무 속에서 또는 곁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은 때로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생태계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이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무조건 박멸하기보다 관찰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곤충을 발견했을 때는 무조건 죽이기보다 먼저 관찰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해충으로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천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나타난 종일 수 있습니다.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 천적을 활용한 자연 방제 방법을 도입하면 곤충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생활공간에서는 실내 환경을 점검해 곤충 유입 경로를 줄이고, 숲과 정원에서는 외래 조경 수종 대신 토종 식물을 심어 토착 곤충의 서식 환경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어린이와 함께 곤충을 관찰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활동은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집 주변이나 마을에 곤충이 찾아올 수 있는 작은 정원을 조성하면, 수분 매개 곤충과 다양한 종이 모여드는 작은 생태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실천들이 모이면, 숲 속 곤충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건강한 환경을 지켜갈 수 있습니다.
보너스 2 _ 장수하늘소 이야기
장수하늘소(Callipogon relictus)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 북한에 분포하는 희귀한 딱정벌레입니다. 몸길이가 최대 11cm에 달하며, 길게 뻗은 더듬이가 특징입니다. '장수(長鬚, 길 장 / 수염 수)'라는 이름도 바로 이 긴 더듬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곤충은 주로 썩어가는 나무를 분해하는 목재부식성 곤충입니다. 애벌레 시절 5~7년 동안 썩은 활엽수 안에서 살아가며 나무를 분해해 숲의 양분을 토양으로 돌려주는 중요한 분해자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성충의 수명은 불과 1~2개월 내외로, 긴 유년기를 거쳐 짧은 성충 시기를 보내는 독특한 생태를 지녔습니다.
1968년, 장수하늘소는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채집,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자원 감소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한때 야생 개체군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최근 여러 번의 발견 기록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014년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광릉 숲에서 수컷 개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광릉국립수목원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연천 등지에서도 추가 발견 사례가 보고되면서 소수의 개체군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따라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립생태원 등 여러 기관이 복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장수하늘소를 들여와 인공 번식에 성공했으며, 생태 특성을 연구하고 인공 서식지를 조성해 방사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수하늘소는 죽은 나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므로 건강한 숲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이 곤충의 존재는 숲이 자연스러운 노화와 재생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중요한 생태 지표로 평가됩니다. 숲에서 장수하늘소를 만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곤충을 넘어 희귀한 생태계의 한 면을 목격한 것이며, 우리가 곤충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결말: 공존은 곤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후변화는 숲 속 곤충의 활동 시기와 분포, 개체 수를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계절에만 보이던 곤충이 더 일찍, 더 오래 활동하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숲 생태계의 먹이망과 균형에도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곤충을 박멸의 대상으로만 보는 접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해충으로 불리더라도, 그들이 생태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이해하고, 천적과 경쟁 관계, 수분 매개 기능 등 생태적 맥락 속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공존이란 곤충과 인간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생태계의 순환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편함과 해로움을 구분하고, ‘불필요한 박멸’ 대신 ‘필요한 조절’을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곤충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숲과 자연의 언어를 배우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익히게 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억할 5가지 포인트 – “해충도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해충이라는 이름은 인간의 기준일 뿐입니다.
‘해충’이라는 단어는 과학적 분류가 아니라, 인간의 생활과 경제, 위생에 불편이나 피해를 주는 곤충을 부르는 사회적 용어입니다. 그러나 같은 종이라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곤충은 순환을 지탱하는 주인공입니다.
곤충은 낙엽과 사체를 분해해 양분을 흙으로 돌려주고,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는 등 생태계 물질 순환과 에너지 흐름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박멸보다 공존이 안전합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표적 해충뿐 아니라 천적과 수분 매개자까지 사라지게 해, 오히려 2차 해충 문제나 먹이망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생태 균형을 지키는 공존 전략이 필요합니다.
불편함과 해로움은 다릅니다.
곤충이 눈에 보이거나 생활 공간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일시적 불편을 주더라도 생태계에 이로운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불필요한 방제를 피해야 합니다.
곤충이 살아야 도시와 숲이 건강합니다.
곤충은 새, 양서류, 포유류 등 수많은 동물의 먹이원이자 생태계 건강의 지표입니다. 곤충이 사라지면 도시 녹지와 숲의 회복력, 농업 생산성까지 약화됩니다. 곤충이 살아야 우리가 사는 환경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용어해설
해충: 인간에 피해를 주는 곤충 (인간 중심 개념)
익충: 인간에 이로운 곤충 (인간 중심 개념)
분해자: 유기물을 분해해 양분을 환원하는 생물
천적: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자
수분 매개자: 식물의 수분을 돕는 곤충
외래종 해충: 외래지에서 유입돼 천적이 없어 폭증하는 해충
먹이망: 먹고 먹히는 생태적 연결망
자연 방제: 천적·경쟁 등으로 해충 개체수를 억제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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