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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게 변해버린 숲이 아닌, 다시 새벽마다 이슬을 머금을 수 있는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 주소복사

생명의숲 산림정책팀은 숲의 생태적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더 건강한 숲을 조성하고 산불 등으로 인한 훼손지를 복구하며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숲을 가꾸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초구동에 위치한 <국민의 숲>은 2022년 강원경북 대형산불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생명의숲은 삼척국유림관리소, 유한킴벌리와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산불피해지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한 달동안 시리즈로 소개될 글들은 해당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산림정책팀의 활동가가 체험과 생각을 적은 기록입니다.

작성자 : 정하나 활동가



안녕, 난 이번에 동해 초구동을 담당하게 된 정하나 활동가라고 해.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너와 함께하기 시작한 후,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말해주고 싶어서야.

또 이 글이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너에게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




2022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최대 규모로 숲을 집어삼켰지. 그 해의 화마는 평소에 재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주목할 정도로 대형 산불이었어. 너에게는 참으로 아픈 기억일 텐데,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건드려서 정말 미안해. 그럼에도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2022년 동해안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을 경험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산림과 산불 예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에 관심을 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관심은 잠시일 뿐이더라. 그 해 모든 미디어에서 너를 가장 뜨겁게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너에게 남겨진 흉터만이 그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 같아. 재난이 발생한 직후 우리는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재난에 대해 알아보지만, 이러한 관심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것 같아. 숲이라는 존재는 우리 곁에 당연히 있는 것처럼 여겨져서, 우리의 관심 속에서 점점 잊혀지며, 지금 당장 나의 일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재난 피해를 경험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심각했던 피해를 잊고 살아가게 되지. 이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겠지. 그들도 그들만의 일상이 있으니까.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아. 이러한 생각은 결국 내가 너를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서 생각과 관점이 많이 변화된 부분이라, 사람들에게 나의 관점과 생각을 쉽게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걸 느꼈어. 섣불리 많은 사람들에게 숲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할 수도 없고, 또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내가 너에게 글을 쓰는 이유는 너의 아픔이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내가 너를 대신해 너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해서야. 산불과 같은 재난에 무지했던 나도 너를 만나고 많이 변화되었듯, 많은 사람들이 너의 메시지를 알게 된다면 남은 시간은 너를 위해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어.




사실 나도 실제로 산불 피해지 복원을 위해 화마로 상처 입은 숲을 가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 내가 처음 가본 산불 피해지는 바로 너였어. 직접 본 너의 모습은 매우 처참했고, 어느 누가 너를 봤을 때 숲이라고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도 없고, 그 어떤 식물도 살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더라. 너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나는 산불이 일어나면, 빠른 시간 내에 나무가 타버릴 거라고만 생각했기에 너희가 겪을 고통을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어. 그런데 너와 함께한 소나무들이 고통을 느끼며 하얀 송진을 흘리고 있었고, 그 하얀 송진은 마치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더라. 솔방울도 땅에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새까맣게 타버려서 내가 알던 솔방울의 형태가 아니더라. 그때 알았어. 화마가 지나간 숲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숲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나를 포함한 우리의 무관심이 너희를 아프게 한다는 걸.


그렇기에 지속적인 관심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숲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랬고, 그런 활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그린캠프를 맡게 되었어. 그린캠프는 대학생들과 함께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숲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활동이야. 나는 청년들에게 너의 중요성을 꼭 알리고 싶었고, 산불과 같은 재난이 모두에게 어떤 처참함을 안기는지 알려주고 싶었어.



무더웠던 7월, 초구동에서 "산불 피해지 복원"이라는 주제로 활동을 진행했는데, 많은 대학생이 참여했어. 내 생각엔 학생들은 너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거야. 나도 너를 만나보기 전까지는 이상하게 기대가 됐어. 산불 피해지를 처음 가보는 거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뜨거웠던 그날, 나무도 없고 그늘 한 점 없던 너를 만나고 나서, 학생들도 많은 생각에 잠긴 것 같더라. 사실 그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그날 바로 알 수는 없었어. 시간이 흘러 페스티벌 당일, 너를 주제로 결과물을 제출한 것을 보고 난 후 정말 깜짝 놀랐어. 학생들이 너를 알기 위해 공부도 정말 많이 하고, 너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더라.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 그래서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고, 또 산불 피해지를 보고 난 후 학생들의 인식이나 견해가 매우 멋져서 대견했어. 점점 너를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담당자로서 나는 매우 뿌듯해. 

너에게 이 마음이 전달되면 참 좋겠다.
"우리 모두가 활동가다." 나에게 이 말은 매우 인상깊었어. 그 이유는 우리 삶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알고,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하는 건 매우 어렵잖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은 건, 우리 마음속에는 환경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거야. 나는 이 마음이 너에게 충분히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모두가 너를 응원하고, 네가 건강한 숲으로 되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어. 하지만 어떻게 하면 네가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너가 아플 때 일시적으로만 관심을 두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너를 보고 느끼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어. 그래서 요즘 난 너의 회복을 기록하고있어. 이러한 활동을 모니터링이라고 하는데, 너가 점차 변화되는 모습과 더불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 지 확인하고자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너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어. 너의 회복 속도가 우리 인간과 다르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너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어. 우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너의 아픔이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겠지.
내가 다리가 되어 너와 많은 사람을 연결시켜보고자 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숲을 보호하며 실천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숙제야. 진짜 활동가로서 너를 비롯한 많은 숲을 지키도록 노력할 테니 나를 응원해주렴. 너와 함께 숨쉬고 있는 생명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의 생명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게.



마지막으로,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 지금처럼 계속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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