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배움학교는 생명의숲 활동가 역량강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스터디 그룹 프로그램입니다.
‘일 기반 학습, 일을 통한 성장' 범위 내에서 주최자가 주제를 선정하고, 공감하는 활동가(3~5인)가 참여하여, 모든 구성원이 서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경계없이 생각을 나눕니다.
2024년 서로배움학교로 선정된 숲문화쌀롱은 숲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하여 시민과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명의숲 활동 주제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생각을 나누고 학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서로배움학교 3차
퍼머컬처와 정원활동에서 찾아보는 지속가능성
멀리 바라보는 대지는 끝없이 넓어보였고, 우리가 항해하던 바다는 말 그대로 망망대해였습니다. 땅 위에는 거대한 숲에서 목재를 마음껏 베어내고, 들판은 계절에 따라 다양하고 풍부한 먹거리들을 쏟아냈습니다. 땅을 파보니 온갖 물질들로 가득했는데 활활 태워 연료로 사용하고 온갖 물건들을 만들수 있었습니다. 영원한 축복같았었는데 이제 우리는 그것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과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파괴하고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은 절실한 말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우리 인류 문명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함이 본내인지라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가 회복되고 건강성을 지속해야한다는 점에서 이타적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숲의 회복을 통한 이 시대 문제의 해결을 미션으로 하는 생명의숲에서 항상 지속가능성을 깊이 생각해야 함은 당연하며, 이번 주제로 삼은 이유입니다.
훼손과 고갈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시되어 지속가능성이 활발하게 논의되어 온 농업은 우리가 첫 번째로 살펴봐야 할 분야로 보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시간에는 “퍼머컬처”를 함께 공부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은 생명의숲 사업과 조금 더 거리가 가까운 “정원활동”에서 어떤 지속가능함을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1부 - 지속가능한 농업. 퍼머컬쳐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시청
농업과 토양 그리고 탄소
지금 시대의 가장 절실한 화두인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면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나무를 심고 식물을 가꾸는 것이 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로 인식되는데, 이 필름에서는 쉽게 간과되어 왔던 토양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합니다. 수천년 이상 이어져왔던 농업과 녹색혁명으로 칭송받았던 현대의 농업에서 대규모 경작을 위해 우리가 벌였던 일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량살상 무기로 개발된 각종 독성 물질들이 전후에는 대지의 풀들과 곤충들을 제거하기 제초제와 살충제로 둔갑하여 자연과의 전쟁을 선포했죠. 그런데 우리가 박멸해왔던 토양속의 미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토양의 상태와 탄소 저장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주는지 보여줍니다.
인류는 농경생활을 기반으로 문명을 일으켰고 사회를 이루어 발전해왔죠. 사회학적 시각에서 토양의 문제를 바라보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의 대평원을 휩쓴 토양의 황폐화가 나오는 장면에서 “메마른 땅은 사람들을 빈곤하게 하고 사회를 붕괴시킨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현재도 세계 각 지역에서 분쟁과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는 곳은 여지없이 토양의 파괴로 인한 생산력 저하와 빈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토양의 보호를 생각치 않고 약탈적으로 이용했거나(게다가 상당한 경우가 외국의 자본 개입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진행되기도)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서죠.
건강한 토양이란
이 다큐는 토양의 황폐화와 재생에 대한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계를 맞대고 있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미국의 두 농장 사례에서는 황폐화 되었던 토양을 되살려 작물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농장의 토양과 여전히 흙먼지를 날리고 있는 옆 농장의 토양을 소일(Soil)과 더트(Dirt)로 비교해 부르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농장주는 오랜 기간 중장비로 밭을 갈고(경운), 고농도의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여 농장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연속적으로 몇 년 간 우박과 같은 극단적 날씨로 많은 비용이 들어갔던 농장 경영이 여지없이 무너져 파산했죠. 이후 농장주는 경운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옛날 농법들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실천하죠. 다양한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두었던 토양은 더 많은 물을 머금고 그 안에 온갖 미생물들이 활동하며 점점 토양은 건강을 회복하고 훨씬 건강한 작물들이 자라는 농장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건강한 토양에서 자라난 식물(작물)이라도 어디까지 극단적인 기후를 이겨낼 수 있을까 의문과 우려가 들기도 했지만 농장주의 손에 쥐어진 두 가지 토양의 이미지는 강렬했습니다. 한 덩이로 몽쳐있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검은 색의 “Soil”와 부슬부슬 부서지던 누런 빛의 “Dirt”.
우리나라는 산림녹화를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현재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사례를 따르려하고 있죠. 다큐에서 보여주었던 중국 화북지방의 사례도 극적일 정도로 규모와 결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곳의 미래는 어떨까요? 치산녹화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얼마 전 뉴스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떤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을 보면, 숲과 나무들이 존재는 하지만 정말 건강한 상태의 숲일까? 혹시 건강한 토양이 받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나무들을 심고 성장시키며 발생하는 문제는 아닐까요?” 네, 현재만을 보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자연의 속도와 인간의 속도는 분명 다릅니다. 앞서가다 실패를 거듭해가며 자연을 조금 더 이해하고 뒷걸음질 쳤다가 다시 한 걸음 나아갔던 우리가 절대 겸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림사업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이쯤에서 기존의 조림 방식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남북 산림 협력이 진행되었던 시기에 황폐화된 북한의 산림 복원이 어려웠던 이유로 주민들이 계속 땔감으로 베어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적되었는데요, 그래서 제시된 것이 혼농임업입니다. 산림을 바탕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숲을 가꾸면서도 거기서 나오는 생산물로 먹거리와 소득이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이런 숲은 마치 관행 농업에서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것과 같이 단일 수종만 심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재의 나무심기와 숲가꾸기에서는 기존의 숲을 제거하고 동일한 종류의 나무를 줄맞춰 심으며(관리의 편의를 위해) 이 나무들이 일정한 정도 이상 자랄때까지는 주위에 자라나는 풀들을 계속 베어줍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과연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새 숲을 만들기 위해 베어낸 숲은 정말 베어낼만한 숲이었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동일한 종류로 크고 곧게 자라난 나무로 구성되고 탄소 흡수량도 높은 숲을 좋은 숲이라 하고 그렇지 않은 숲을 때로는 “불량림”이라는 용어로 업계에서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저런 나무와 잡목이라고 부르는 것들, 무성한 풀들이 뒤섞인 지저분해 보이는 숲이 어떤 생명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일수도 있었을테니까요.
퍼머컬처가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방식
퍼머컬처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에서 추구해야할 태도와 실천해야 할 방식들을 제시합니다. 밭을 간다는 것이 농업을 표현하는 말처럼 들리듯이 “경운”은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농사방식이죠. 그런데 위성 영상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경운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전 지구적 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 축산업 역시 숲을 파괴하는 대표적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데 농장 부지를 위한, 그리고 가축에게 먹일 콩과 옥수수 재배를 위한 벌목과 화전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습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밭을 갈아 토양에 생채기를 내지 않고 식물들의 뿌리와 미생물들이 상호 작용하며 토양의 건강을 회복시킨 후 이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작물 재배 방식을 소개하는데 많은 농부들이 교육을 받고 실천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존의 농사방식에 경제적으로든 건강상으로든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입니다.
그리고 새롭고 놀라왔던 것은 가축을 통해 오히려 토양을 회복하는 방법이었는데요,
몰아넣고 키우는 집약 방식이 아닌 방목을 통해 황폐했던 지역이 다시 무성한 초지로 바뀌는 사례들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인간의 힘을 빼고 그 자리에 동물과 식물이 자연의 시간과 힘에 따라 회복해나가는 형태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
그런데 농업이나 축산업이나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이 방식이 현재의 거대한 수요를 지탱할 수 있을까요? 대규모의 단일 집약 방식에서 소규모의 분산 방식으로 생산이 변화하는 것인데 분명히 수요를 따르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비 방식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죠.
생산자는 각자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유통 시스템도 지역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등 퍼머컬처의 요구, 쉽지 않은 숙제는 많습니다. 결국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퍼머컬처가 성공을 거두려면 돈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소득과 함께 기후위기와 경제의 불안 속에서도 가장 지속 가능한 농업방식이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소비자로서 퍼머컬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태도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있고 생산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소비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자들은 돈을 더 벌고 싶은 마음,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많이 구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양쪽 모두 “욕심”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유기농 제품의 가격을 보면서 “이거 다 마케팅이야~ 뭐가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가격이 두 세배야?” 이렇게 이야기도 하니까요.
우리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딱 적당한 양의 소비와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익숙해져야 하고 고공행진을 하던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에도 소프트 랜딩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생명의숲 활동가로서 지속가능함에 대한 고민
우리의 업으로 돌와서서, 생명의숲에서 하는 일도 더욱 지속가능한 방법을 따를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선 도시숲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시숲의 토양은 사람들의 많은 통행으로 답압(밟아서 눌림)의 피해가 심하며 하부 식생이 거의 없이 누런 흙 위에 나무들만 서 있거나 잔디를 심고 돈을 들여 관리하는 모양이죠. 그래서 도시숲에 키 작은 초화류와 나무들을 함께 심는 방식으로 토양의 재생성을 끌어올리는 리노베이션이 제시됩니다. 이런 도시숲은 풍부한 수분을 저장하고(빗물 저장) 증발시켜 기온을 낮춰주기도 하죠. 즉 지역의 기후조절 역할을 훌륭히 해 낼수 있는 도시숲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림사업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정원을 가꾸듯이 여러 수종으로 또는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골고루 심지 않습니다. 도시숲은 정원과 같은 면도 있어서 최근의 트렌드이자 지난 시간 서로배움학교의 주제이기도 했던 자연주의 식재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산림사업의 조림은 일반적으로 통일된 수종을 심고 동일하게 생장시켜 나갑니다. 그래서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한 경제림이 아닌 생태 보전이나 경관을 위한 목적의 숲에서 자연적인 숲을 연구하고 조성을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산림사업에서도 임산물의 생산 등 인간을 위한 기능에만 촛점을 맞춘 조림을 넘어 원래의 자연적인 숲을 생각해보고 숲을 가꾸어나가는 방식의 시도 말입니다. 조경과 조림의 간극이 커보이지만 지극히 인공적이었던 조경에 자연주의 바람이 불듯이 조림에도 어떤 변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경, 도시숲, 산림으로 나뉘어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숲”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우리가 그리는 숲의 모양은 무엇인지 “생명의 숲”으로 정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자는데 공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일은 시민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숲을 이야기하고 숲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지속가능하며 생명이 넘치는 숲”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썸네일에 사용한 이미지는 https://kisstheground.com 에서, 본문의 이미지들은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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