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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성가신 곤충이라고 모두 죽일 것인가? 주소복사




서울시의회, 「대발생 곤충 방제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발의


서울시의회 윤영희 의원(국민의힘)이  「대발생 곤충 방제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을 대표 발의하여 소관위원회(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일명 ‘러브버그 방제 조례’이다. 제정 이유는 “최근 지구온난화와 도시환경 변화로 인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나 팅커벨(동양하루살이)과 같은 곤충이 대량으로 발생하여 시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  대발생 곤충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방제 지원 근거를 마련하되, 친환경적 방제를 권고하여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과 시민불편 해소에 기여하고자 함(‘조례안’의 제안이유에서 인용)” 이다. 


‘조례안’의 핵심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조례안’의 주요내용에서 인용). 

가. ‘대발생 곤충’에 대하여 정의함.(안 제2조)

나.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을 위한 시장의 책무를 규정함.(안 제3조)

다.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계획 수립ᆞ시행에 관하여 규정함.(안 제5조)

라.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 사업을 규정함.(안 제6조)

마. 대발생곤충관리를 위한 기관, 단체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규정함(안 제7조)



갑자기 익충에서 해충으로 둔갑한 ‘러브버그’


이번 ‘조례안’ 발의의 발단이 된 곤충은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s Duda)’,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이다. 2018년에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추정되는 털파리의 발생 이력이 있고, 2022년 수도권에서 대량발생되어 이슈화되기 시작했으며, 2023~2024년에 많은 시민들이 불편민원을 제기했다. 벌레가 많이 발생하면 불편함은 따라오게 마련이고, 이에 대한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법도 하다. 이 과정에 정치인의 등장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시민들의 불편민원이 쏟아지자 서울시 의원이 불편민원에 편승하여 ‘조례안’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러브버그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과 언론보도를 통해 이때가지 꽃가루 수분을 매개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이로운 곤충으로 소개되어 왔는데, 이 ‘조례안’을 계기로 갑자기 ‘성가신 곤충’을 넘어 정신적 피해를 주는 ‘해충’이 되어 버렸다. 실제 ‘조례안’은 “대발생 곤충”을 “감염성 병원체를 매개하지는 않지만, 주거/상업 지역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에 대량으로 출현하여 시민들에게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으로 정의하고 있다. 익충과 해충(위생해충, 감염해충)이라는 전통적인 곤충의 분류와 분류를 통한 방제의 개념과 범위를 초월해버린 사건으로 전환된다. 



러브버그 방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찬반양론으로 갈릴 것이다. 직접적인 경험과 피해를 본 시민들은 방제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건강한 생태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반대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조례안’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가진 시민들도 있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있다. 


그 찬성과 반대의 싸움에 끼어들기 전에 이런 한 가지 이런 의문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직접적으로 위생에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불편하고 성가시다고  그 곤충들을 죽여 없애야 하는가?” 이 ‘조례안’이 제정되면, 시민들이 성가시고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한 뒤 방제인력이 출동하여 죽여주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민들의 불편 민원에 살아남을 곤충이 몇 마리나 되겠는가? 그리고 이때까지 곤충과의 전쟁에서 사람이 이긴 적이 있는가? 


생태계는 여러 생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힌 관게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 사슬을 이루는 한 두개의 종이 줄거나 사라지면 그 종의 한 편에 있는 생물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고 다른 편에 엮여있는 생물은 개체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 균형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복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생태계에 변화가 있어서 일시에 어떤 생물종의 발생량이 많아져서 벌어진 일이고, 잠시 시간이 흐르면 진정될 수 있는 현상이라면,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다른 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거나 하는 잃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생태계 변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 순서가 아닐까? 그리고, 소나무재선충병, 솔껍질깍지벌레, 참나무시들음병과 같은 산림병해충이나 모기 같은 위생해충 등 수 많은 해충과의 전쟁에서 인간의 패전 사례를 기억하면 좋겠다. 


‘조례안’의 문제점들 - 준비되지 않은 졸속적인 민심편승 발의


그러면, 이 ‘조례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몇 가지 들어 보겠다. 가장 큰 문제점은 졸속적인 ‘조례안’ 발의이다. 뭔가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벌어질 수 없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졸속적인 발의라고 본다. 정말 ‘러브버그’의 출현이 ‘말벌’이나 ‘모기’, ‘진드기’ 같이 쏘이고 물리면 서울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도의 다급하고 중요한 상황인가? 이때껏 이로운 곤충이라고, 살충제와 같은 화학적인 방제는 하면 안된다고 하는 환경부와  서울시의 주장과 홍보를 비웃기나 하는 듯이.. 


‘조례안’은 방제의 대상을 ‘해충’이 아니라 ‘대발생 곤충’으로 아주 뻥튀기하여 규정 해버렸다.  심지어 ‘대발생’의 기준도 정하지 않았다. 그러면, 대발생의 기준을 이번 ‘조례안’의 발단이 되었다고 여겨지는 시민 불편민원으로 할 것인가? 이것은 좀 터무니 없는 발상이 아닌가? ‘대발생 곤충’을 “대량으로 출현하는 시민들에게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피해 또는 불편을 주는 곤충”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일정 수 이상의 개체가 일정 면적 내에  발생하면 ‘대발생 곤충’이다’ 라고 정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양적인 기준이나 지표에 의하지 않고, 막연하게 ‘대량발생’과 ‘시민피해’를 키워드로 하여 두리뭉실하게 정의해버렸다. 


“친환경적 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부분도 문제를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친환경적 수단”의 사례를 제시하지도 않았거니와, “우선적으로 고려”라는 말 속에는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방제하여 효과가 없다면,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제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무방제의 대안은 있는가? 곤충 적응과 모니터링, 원인 찾기


방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라는 반문이 예상된다. 우선 방제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기까지 우리는 인내를 가지고 성가시고 불편함을 참아야 한다고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기후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처럼 곤충 개체수와 종류의 변화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러브버그와 같은 해충은 아니지만 성가신 곤충의 대발생의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해야 하고, 몇 년간의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발생추이의 특성을 관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곤충학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생물종의 급작스런 증식의 원인을 찾고 원인이 되는 문제를 숲과 생태계의 복원 등 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좀 더 젊잖고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8월 27일 서울시 의회가 개회되었고, 9월 11일 이전에 소관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이 진행된다. 이 서울시의 ‘조례안’이 폐지되지 않고 제정된다면, 곤충들의 ‘데스 노트(Death Note, 죽음의 노트)’가 될 것이고, 그 노트는 불편 민원에 의해 한 줄 한 줄 한 종 한 종 새겨질 것이고, ‘죽음에 노트’에 주홍글시로 새겨진 곤충은 차례대로 또는 무차별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데스 노트’의 생태학적 후환을 걱정해야 하고, 데스 노트를 작성하지 않고도 그리고 후환을 줄이거나 완화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젊잖고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러브버그 적응을 위한 슬기로운 대처법

끝으로, 슬기로운 러브버그 대처법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그리고 환경부의 러브버그 대처요령서울시의 러브버그(사랑벌레)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참고하면 좋겠다. 

  • 밝은 색보다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다. 

  • 방충만의 빈 공간을 보수한다. 

  •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한다

  • 비눗물로 차량 정기적 청소. 사랑벌레철이 시작 전이라면 차량을 왁싱해서 벌레가 쉽게 앉지 못하게 한다.

  • 집안 및 집 주위 습기를 제거하고, 물기를 최대한 없앤다.

  • 실내에는 페퍼민트와 같은 식물성 방향유(에센셜 오일) 스프레이를 사전에 뿌려서 서식을 방지한다. 

  • 실외에는 하바네로와 같은 고추과 식물을 두어 러브버그의 접근을 방지한다.


[참고문헌과 읽을 거리]


- 경향신문 중국이 고향인 러브버그, 어떻게 서울을 뒤덮었을까

- 국민일보 “굳이 박멸까지”… 징그러운 러브버그, 사실은 익충 - 국민일보 

- 나무위키 우단털파리속 - 나무위키 

- 뉴스펭귄 "해충 아니에요...비과학·반생태적 러브버그 방제 조례 없애야"

- 대발생 곤충 방제 지원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서울환경연합) [보도자료/성명서] 곤충 데스노트 조례안 폐기하라

- 민들레당 모든 곤충을 해충으로 만드는 반생태적인 입법을 막아주세요. 

- 생물다양성재단 비과학적이고 반생태적인 입법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 서울시 서울 전역에 발생한 '러브버그' 대처법 3가지 알아두세요! | 서울시 

- 서울시의회 「대발생 곤충 방제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 서울시의회 「대발생 곤충 방제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입법예고에 대한 시민 의견

- 숲과 나눔 [생물과 도시] BUG LIVES MATTER – 러브버그의 생명도 소중하다 : 네이버 블로그 

- 연합뉴스 TV 결국 조례안 올라간 러브버그…"반생태적 조치" 반발

- 카라 러브버그 해충 지정 조례는 발의되면 안됩니다 

- 한겨레신문 ‘징그럽지만 익충’ 인식 사랑벌레, 살충제 대신 끈끈이 어때요? 

- 헬스조선 돌아온 러브버그, 환경 정화에 도움 주는 익충이라고? 

- 환경부 6월~7월 불청객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대발생 시 이렇게 대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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