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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 속 전설 - 한가위에 바라보는 달나라 계수나무 주소복사

9월은 한가위가 들어있는 달이다. 지금부터 40~50년여년 전만해도 국민의 70%이상이 농사를 짓던 시절이다. 한가위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쳐다보며 한해 동안 고생으로 얻어진 수확의 넉넉함을 즐겨왔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이어지는 윤극영의 동요처럼 달나라에는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우리는 오랫동안 그려왔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려서면서 꿈은 깨져 벼렸지만 마음속의 달에는 계수나무도 옥토끼도 그대로 살아 숨쉰다. 계수나무가 실제로 있는가?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계수나무는 있다. 그것도 종류가 많다. 다만 달나라의 그 계수나무가 아닐 뿐이다.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찧는 토끼, 조선시대 만화>


첫째 상상속의 달나라 계수나무부터 알아보자. 엣날의 오강(吳剛)이라는 사람은 잘못해서 옥황상제로부터 달나라의 계수나무를 도끼로 찍어 넘기는 벌을 받았다. 그러나 계수나무를 찍을 때마다 상처 난 곳에서는 새 살이 금세 돋아났으므로 넘어지지 않고 아직도 도끼질을 계속하고 있다. 또 항아(姮娥)라는 여인은 활쏘기의 달인인 남편 예(羿)가 어렵게 불사약을 구해다 놓고 잠깐 외출한 사이, 혼자서 두 사람 분을 한꺼번에 먹어 치우고 그대로 달나라로 도망쳐 버린다. 그녀에게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토끼로 변했다고도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설화들은 뒤섞여서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내용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게 된다.



<늦가을에 핀 목서 꽃>


둘째는 옛 사람들의 시가 속에 나오는 계수나무다.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왕유를 비롯하여 수많은 우리나라 시인들도 계수나무를 찬양하고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옛 사람들의 시에 등장하는 계수나무의 특징을 종합하면 싸락눈 같이 작은 꽃, 피는 시기는 가을, 향기가 강한 꽃 등이 특징이다. 따뜻한 지방에서 흔히 정원수로 심는  '목서'라는 나무와 특징이 거의 일치한다. 중국의 이름난 관광지 계림(桂林)의 계수나무는 바로 이런 목서의 종류다.



<그리스에서 만난 월계수>


셋째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계수나무다. 해의 신 아폴론은 짝사랑하던 다프네를 끈질기게 쫓아가자 그녀는 한구루의 'Laurel'이란 나무로 변해버린다. 그 후 아폴론은 이 나무로 머리장식을 만들어 항상 몸에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본 따 승리자에게 나뭇가지로 얽어 짠 월계관을 씌워 주었으므로 이 나무를 처음 번역할 때 월계수(月桂樹)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름만으로는 보면 달나라 계수나무란 뜻이다.


<육계나무의 잎 모습>


넷째는 수정과의 톡 쏘는 매운 맛을 내는 데 향신료로 쓰이는 계피(桂皮)나무와 한약재에 주로 이용되며 약간 단맛과 향기가 나는 육계(肉桂)나무도 계수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광릉수목원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계수나무>


<완벽한 하트 모양의 계수나무 잎>


마지막으로 식물도감에서 찾을 수 있는 '계수나무' 란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일본 계수나무다. 그들은 한자로 '계(桂)'라고 쓰고 '가쯔라'라고 읽는다. 처음 수입한 분이 글자만 보고 계수나무라고 하여 그대로 공식 이름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는 1929년 경 심은 것으로 짐작되는 광릉수목원의 계수나무가 가장 굵고 오래되었다. 잎 모양이 완벽한 하트 모양이고 캐러멜과 같은 달콤한 향기가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풍기고 있어서 사랑의 나무라고도 한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계수나무>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따위의 계수나무는 예사람들이 상상 속에 그려온 달속의 계수나무와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강이 날카로운 도끼날로 제 아무리 힘을 써도 결코 찍어 넘길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영생불명의 나무란 한낱 우리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해마다 어김없이 떠오르는 달님은 우리 모두 오순도순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으로 계수나무를 키우고 있을 것이다. 목서라는 좀 생소한 나무에서부터 다프네의 슬픔이 녹아 있는 월계수와 향신료로 쓰이는 계피나무나 육계나무를 비록하여 일본에서 온 식물학상의 계수나무까지 '유사 계수나무'의 사연은 갖가지다.


<오동나무에 걸린 달을 보고 짖어대는개, 김득신의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


박상진 교수님은? 

1963년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림과학원, 전남대 및 경북대 교수를 거쳐 2006년 정년퇴임했으며 현재 경북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목재공학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201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오랫동안 궁궐을 비롯한 역사 문화 유적지에 자라는 고목나무 및 천연기념물 나무 조사와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 관재, 고선박재, 고건축재 등 목조문화재의 재질 연구도 함께 해왔다. 지금은 우리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강연과 답사를 통하여 이를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14), ≪나무탐독≫(샘터, 2015),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Ⅰ,Ⅱ≫(김영사, 2011)≪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왕의서재, 2009), ≪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김영사, 2007),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김영사, 2004), ≪나무, 살아서 천년을 말하다≫(중앙랜덤하우스, 2004) 등이 있다.


생명의숲 회원이자 고문으로 나무와 숲의 귀함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궁궐과 왕릉의 나무이야기><숲기행><궁궐의 오래된 나무 만나기> 등을 함께 하고 있으며,  2021년 시민 모두가 쉽게 우리가 지켜야할 나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박상진 교수의 나무세상 페이지를 생명의숲에 기부하였다.

* 고목나무 속 전설 - 한가위에 바라보는 달나라 계수나무는  박상진의 나무세상 페이지에 있는 글을 조금 더 가독성 있게 담으려 생명의숲 홈페이지로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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