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함께 서울역 고가 초록산책단 양성과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초록산책단 목요반 2주차 수업은 역사학자로 유명하신 전우용 교수님 강의로 진행됐습니다. 공간적으로는 서울역 일대(남대문로, 회현로, 중림동, 만리동, 청파동 등), 시간적으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수님의 남대문 일대 역사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 이어지고,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아줬습니다. 이것에서 유래된 다양한 말들과 유머러스한 내용들로 2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했습니다. 더불어 2016년, 지금 생각해 볼만한 거리들을 던져줘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역사이야기를 전해주는 전우용교수님과 경청하는 초록산책단
재미있는 내용들 가운데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18세기 말 ‘도성 삼대시’가 형성됐는데 동대문 밖 이현, 종각 앞, 그리고 남대문 밖 칠패였습니다. 칠패시장은 당시 그곳은 순찰하는 군영 7번째 패, 칠패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이 돈을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되도록 만지지 않았습니다. 불가피하게 직접 건네줘야 하는 경우에는 왼손을 사용했고, 그래서 오른쪽 도포 소매에 돈을 넣고 다녔습니다. 번잡한 시장에서 소매에 있는 돈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생겨났고, 소매치기라는 말이 여기서 생겼다고 합니다.
칠패시장의 남대문 시장의 전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과거 곡식과 특산물을 받던 세금을 돈으로 걷게 되면서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들이 필요 없게 됩니다. 그곳을 도심 정비를 위해 철거한 구멍가게 상인들에게 내주면서 지금의 남대문 시장거리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최초의 재래시장 남대문시장의 변화 모습
창천동, 북창동, 평창동처럼 동네에 ‘창’ 들어간 곳은 과거 창고가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런 창고 앞에는 세금으로 내는 물품을 검수하는 창지기들이 있었습니다. 물품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돌려보냈는데 ‘퇴짜’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창지기들이 권력을 이용해 행패를 부리기도 했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출신 관료들은 창고마다 배치했습니다. 바로 ‘경저리’ 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창지기들을 접대하고 관리하면서 관계를 쌓고, 퇴짜 맞은 물건들을 싸게 파는 것이 경저리의 역할이었습니다. 퇴짜 많은 물건들을 다시 고향으로 갖고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전국에서 물품이 모였기 때문에 창고 주변에서 거래를 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과거 시장은 남자들의 공간, 여자들이 장을 보기 시작한 것은 100년 밖에 안됐다
도시는 소비의 공간이었기에 도성에서는 농경, 채석, 벌목이 금지됐습니다. 필요한 물품들은 도성 밖에서 반입했는데, 한강을 이용한 뱃길이 주요 이동로였습니다. 만조 때 역류하는 한강물을 따라 수십 척의 배가 이동하는 장광은 유명한 볼거리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마포 일대까지 배가 올라와서 애오개와 만리재는 마포와 경성을 잇는 핵심통로였다고 합니다.
그 밖에 9천명이 되는 사람들이 참가했던 만리재 돌싸움, 서울민요의 발단지인 서계동, 서소문 밖 사형장에 세워진 약현성당, 세브란스 병원과 곤당골 교회, 왕초라는 드라마에도 나왔던 염천교 거지소굴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과 근당골 교회
1900년 남대문정거장을 건설하고, 1925년 신역사를 준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경성역으로 공식 개칭됩니다. 서울의 관문이 남대문에서 경성역으로 바뀌었고, 당시에는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어서 한국인의 심상지리 공간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남대문정거장역과 서울의 새로운 관문이 된 경성역
교수님의 유익하고 재밌는 역사이야기가 끝나고 퀴즈풀기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역 탐구생활이라 하여 서울역 주변 지역의 역사를 퀴즈로 풀어봤습니다. 앞 수업의 내용을 떠올리며 손을 번쩍 들고 정답을 외치기도 하고, 준비된 문제지를 집중해서 풀었습니다. 정답을 많이 맞추신 분들에게는 서울산책에서 만든 다이어리를 선물해 드리는 것으로 2주차 수업도 마무리가 됐습니다.
서울역 탐구생활 - 열심히 퀴즈를 푸는 초록산책단!
다음 수업 때는 서울역 주변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동네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곳에서 10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구멍가게이야기부터 큰 빌딩들 뒤에 가려진 공간 이야기까지, 가보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문의 더불어숲팀 02-499-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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