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야기


'숲 이야기'는 숲과 나무의 가치를 조명하여 우리가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콘텐츠 공간입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낸 노거수의 이야기, 그리고 전국 곳곳 산과 도시 속 아름다운 숲, 인간의 삶과 역사 속에 얽힌 나무들과 그 안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생명의숲은 숲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생각을 나누며, 시민들이 숲을 향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연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도록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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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인류가 피라미드를 세우기 훨씬 전부터 살아온 나무가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태동하기도 전, 한반도에서는 아직 청동기가 시작되지 않았던 시절. 그 긴 시간을 견디며 지금도 살아 있는 나무가 지구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는 의외로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나무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스웨덴 산속의 작은 가문비나무를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숲 전체가 하나의 나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의 나이'를 어떻게 셀 것인지부터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약 5천 년을 살아온 한 그루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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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The Gardian)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 있는 '개별 나무'로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화이트 마운틴에 자라는 브리슬콘 소나무, 므두셀라(Methuselah)입니다.

추정 나이는 약 4,850년.

성경 속 가장 오래 산 인물의 이름을 따온 이 나무는 오늘도 척박한 고산 사막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비 한 방울 내리기 어려운 건조한 환경, 겨울이면 매서운 눈보라, 여름이면 강한 자외선이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생명에게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오히려 이런 느린 환경이 브리슬콘 소나무를 오래 살게 했습니다.

성장이 매우 느리기 때문입니다.

나이테는 종잇장처럼 얇고, 단단한 목질은 쉽게 썩지 않습니다. 일부 줄기는 이미 죽었지만 살아 있는 조직은 아주 조금씩 물과 양분을 옮기며 생명을 이어 갑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나무의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너무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찾아와 뿌리를 밟거나 가지를 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보호를 위해 위치는 비밀로 남아 있습니다.

므두셀라는 씨앗에서 싹튼 뒤 단 한 번도 생명이 끊어진 적 없는, 하나의 개체로 약 5천 년을 살아온 나무입니다.

인간의 역사로 환산하면 믿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문자가 막 사용되기 시작하던 무렵, 이 나무는 이미 어린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더 오래된 나무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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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arl Brodowsky)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스웨덴 중부 풀루피엘레트 국립공원에는 올드 치코(Old Tjikko)라는 작은 가문비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높이도 크지 않고, 숲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침엽수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나무의 나이를 약 9,500년으로 추정했습니다.

므두셀라보다 두 배 가까이 오래된 셈입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령 나무는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여기에는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줄기는 사실 수백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눈과 바람에 쓰러지고 다시 자라기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뿌리는 한 번도 죽지 않았습니다.

뿌리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고, 다시 죽고, 또 새로운 줄기가 자라는 일이 수천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우리 눈에는 다른 나무처럼 보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처음 그 나무와 같은 생명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올드 치코를 '클론 나무(clonal tree)'라고 부릅니다.

줄기는 바뀌었지만 생명은 이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오래된 나무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답이 갈립니다.

만약 씨앗에서 싹튼 한 개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세계 최고령 나무는 미국의 브리슬콘 소나무, 므두셀라입니다.

하지만 뿌리가 살아남아 같은 생명을 계속 이어온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올드 치코가 훨씬 오래된 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같은 나무'라고 정의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줄기가 곧 하나의 나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숲에서 생명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합니다.

줄기는 사라져도 뿌리는 살아남고, 다시 새로운 줄기를 올립니다.

끝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합니다.




숲 전체가 하나의 나무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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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franceinfo.fr)

이 이야기는 여기서 한 번 더 놀라운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유타주에는 판도(Pando)라는 사시나무 숲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숲입니다.

수만 그루의 나무가 저마다 줄기를 세우고 잎을 흔듭니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이 나무들은 모두 같은 DNA를 가진 하나의 생명체였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뿌리에서 수만 개의 줄기가 올라온 것입니다.

현재 살아 있는 줄기만 4만 그루가 넘고, 무게는 약 6천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자들은 판도의 나이가 수만 년에 이를 가능성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판도를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아 있는 생명체 가운데 하나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역시 하나의 나무인지, 하나의 숲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뉩니다.




오래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결국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찾는 일은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는 일이 아닙니다.

'나무란 무엇인가', '생명이 이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인간은 줄기를 봅니다.

하지만 숲은 뿌리로 기억합니다.

우리에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도 땅속에서는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래된 숲에서는 쓰러진 나무도, 오래된 뿌리도, 천천히 썩어가는 나무도 모두 하나의 생명 순환 안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이름은 하나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견딘 나무들은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숲은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수천 년을 살아낸 시간 위에, 오늘 우리가 걷는 숲이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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